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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가 불법행위 위자료, 피해자 출소 뒤 생긴 가족은 청구 못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국가를 상대로 한 위자료와 관련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출소 후 가족관계를 맺은 사람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가가 피해자 석방 후 태어난 자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별도의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960년대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민자통)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김모씨와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월 31일 밝혔다.

김씨는 1961년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민자통 활동을 하다 5·16 군사정변 이후 영장 없이 체포됐다. 그는 혁명재판소 재판을 통해 징역 5년을 확정받았고 옥살이를 하다 1963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2012년 5월 재심에서 무죄 확정을 받은 김씨는 가족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원고에는 김씨와 김씨의 형제·자매, 김씨가 사면을 받고 출소한 뒤인 1969년 결혼해 낳은 세 자녀도 포함돼 있었다.

1·2심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고, 그로 인해 김씨와 가족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미리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을 제외하고 위자료 액수는 김씨는 6300만원, 자녀 3명은 각각 3500만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가 출소 이후 결혼해 낳은 자녀들에게까지 위자료를 지급한 부분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출소한 이후 새로 가족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이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국가가 그들에게 직접 별도의 불법행위를 했거나 피해자와 가족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에서 국가가 불법행위를 해 이들이 고통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의 자녀들은 김씨가 석방된 뒤 결혼해 태어났고, 국가가 이후 별도의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가족의 피해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