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차 전력수급계획(이하 전기본)에서 화력발전소 4기 건설을 철회하고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짓기로 한 것은 '전력수급 안정'과 '이산화탄소 발생 감축'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소 높다고 지적받고 있는 3%대의 전력수요 전망의 경우 과거 '수급 불안'의 경험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석탄화력 대신 원자력 선택...왜?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7차 전기본에 따르면 정부는 150만㎾규모의 원전 2기를 2029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2월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4기 물량(600만㎾)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유보한 바 있다. 결국 당초 계획의 절반수준으로 원전을 짓게 되는 셈이다. 반면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의 영흥화력발전소 7, 8호기와 동부하슬라 1, 2호기는 건설이 보류됐다.
이같은 결론에 대해 산업부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포스트 2020'에 대응하기 위한 전원구성이라는 입장이다. 각국 정부는 '포스트 2020'에 따라 오늘 9월까지 UN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이행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2020년 이후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큰 석탄화력 발전소를 짓는 것이 부담인 것이다. 이산화탄소 저감에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도 포함될 수 있으나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일조량이 적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이 거의 불가능하다.
산업부 정양호 에너지자원실장은 "왜 석탄화력 대신 원전을 선택했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원전외에 없다"며 "신재생에너지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지만 전기생산 단가가 비싸고, 전력생산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발전수요 과다계산 vs안정적 공급
이와함께 산업부는 2029년 기준 22% 수준의 설비예비율을 목표로 설비계획을 수립했다. 이같은 설비 예비율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다한 계산이라는 지적이 있다. 설비예비율이란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시점(피크타임)에 어느 정도 예비발전소가 있는 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2010년 이후 전력소비량 증가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근거로 산업부가 설비예비율을 과도하고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2010년까지 우리나라는 10%대의 전력소비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0.6%에 그쳤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지난 2011년 이후 3년간 전력소비 증가율이 줄어든 것은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2013년의 경우 전력수요 부족에 따라 하·동절기 전력수요를 조절한 것이 영향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더욱이 이번 7차 전기본은 6차 전기본과 달리 발전설비 건설 지연 등을 감안한 공급불확실성 물량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6차 전기본 당시에도 설비예비율을 22%로 설정했지만 390만㎾의 공급불확실성을 포함했었다. 발전수요 전망을 좀 더 정밀하게 한 것인 만큼 과다 수요예측이란 지적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 실장은 "우리나라는 주변 전력을 수입할 수 없는 에너지 섬나라로 안정적으로 전기공급 설비를 갖춰야 한다"며 "오히려 유럽연합(EU)이 22% 이상이고 일본의 경우는 34~35%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22%는 가져가야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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