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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못버리고 집에 쌓아 두는 '저장강박증'을 아시나요

경기도·수원시 지자체 첫 제도적 해결책 모색키로

【 수원=장충식 기자】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시 평동의 한 5층짜리 아파트에서 인근 주민이 "3층 아파트 베란다에 남자아이가 옷을 벗고 매달려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굳게 잠긴 현관문 대신 옥상에서 로프 등을 이용해 집 안으로 들어간 소방대원들과 경찰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남매를 발견했다. 이들 남매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현관문 입구부터 수북하게 쌓여있었으며, 거실부터 방안, 화장실 등 온 집안이 빈 페트병, 비닐, 오물 묻은 기저귀 등이 허리까지 차올라 있었다.

이처럼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집안에 쌓아두는 '저장강박증'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경기도 수원시가 제도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저장강박증은 그동안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 왔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도적으로 저장강박증 해결을 추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쓰레기집'으로 인식되는 저장강박증 현상은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나타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대부분의 저장강박증은 주위에서 불편이나 악취 등의 민원이 제기된 후에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곤 한다.

수원시 통합정신건강센터 박미애 상임팀장은 "우울증이나 치매를 겪는 노인에서부터 아까워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일반인들까지 저장강박증은 집계가 되지 않지만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읍면동 주민센터 등에서는 각종 민원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가 됐다"고 밝혔다.

박 팀장에 따르면 저장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각종 쓰레기에서부터 폐지, 빈병을 모으거나 썩은 음식물, 심지어는 자신의 분비물까지 수집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악취는 물론 화재 발생시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자발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수원시는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수원시지역자활센터 3개소, 통합정신건강센터 등이 지난 23일 주거환경 취약가구의 환경개선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클린케어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클린케어 사업'은 정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쓰레기 더미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 심신미약 세대를 동주민복지협의체가 발굴해 수혜가구에 적합한 청소.빨래.방역.소독.위생지도.정신상담.민간자원 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수원시는 주거환경이 취약한 50여 가구의 서비스 신청을 받아 7월부터 클린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성과 분석 후 사업을 확대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 사업은 수원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대행업 협의회가 이웃돕기 성금 2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기금 활용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획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수원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민간에서 성금을 조성해 저장강박증 환자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며 "민원형태가 아닌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 저장강박증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jj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