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가,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줘"
이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튀니지 휴양지 수스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에서 약혼녀 대신 총알을 맞은 남성이 약혼녀에게 한 말이다. 이 남성은 약혼녀를 구하려다 총알 3발을 맞았으나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튀니지 수스의 임페리얼 마르하바 호텔과 벨러뷰 호텔과 마주한 해변에서 튀니지 대학생 세이페딘 레그쥐(23)가 아늑함을 즐기던 여행객들을 향해 칼리시니코프 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해변에서 총을 난사한 레그쥐는 곧이어 호텔로 이동해서도 광란의 총격을 계속했다.
당시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영국인 남성 메튜 제임스(30)와 약혼녀 세라 윌슨(26)도 괴한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메튜는 총격이 시작되자 자신의 몸으로 세라를 가리며 보호했고 그는 복부에 총알 3발을 맞았다. 메튜는 엄청난 통증에도 세라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세라에게 "사랑해. 하지만 빨리 가..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줘"라고 말했다. 총격이 계속된 탓에 세라는 메튜를 파라솔에 놔두고 도망쳐야만 했다. 혼란에 빠진 세라는 호텔을 향해 달렸고 수건 보관함에 숨어있었다.
이후 주변이 조용해지자 세라는 밖으로 나와 참담한 심정으로 메튜를 찾기 시작했다. 해변가에 있는 시신 위에 덮어진 흰 천을 들추며 얼굴을 확인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후 세라는 한 사람이 건네준 전화기 넘어로 메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메튜는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져 수수을 받은 상태였다.
세라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편, 이번 테러로 최소 15명의 영국인을 포함해
아일랜드, 벨기에, 독일인 등 3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번 테러와 관련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튀지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jy1184@fnnews.com 김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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