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에 있는 카본비치(Carbon Beach)는 '억만장자들의 해변'으로 불린다.
일반인들은 1마일(약 1.6㎞)에 이르는 이 해변에 좀처럼 접근할 수 없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한 억만장자들이 으리으리한 저택과 부속 건물을 지어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해변의 풍광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만장자들의 '해변 독점'이 점차 깨지고 있다. 일반인들도 해변에서 걷고 뛰고, 선탠과 서핑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는 최근 카본비치 내 부동산 개발업자 노먼 아커버그의 저택 옆에 해변으로 이르는 새로운 통로를 개방한다고 발표했다고 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전했다.
실제로 이번에 새로운 해변 통로가 개방되기까지 근 30년간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와 억만장자 아커버그가(家) 사이에 지난한 싸움이 이어져왔다.
지금은 고인이 된 부동산 개발업자 노먼 아커버그는 1986년 카본비치 앞에 테니스 코트와 수영장 등이 딸린 저택을 지었다. 이 저택은 유명 건축가인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것이다.
아커버그는 저택을 지으면서 방조제와 발전기, 부속건물을 지어 일반인들이 해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해변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샌타모니카 해변 지킴이'라는 환경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는 아커버그가에 해변 통로를 열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
'모든 이에게 접근권을'(Access for All)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억만장자들의 해변 독점을 비판하면서 일반인들의 해변 이용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법정 소송까지 간 끝에 결국 리세트 아커버그(78) 씨는 카본 비치의 백사장 통행로 열쇠를 내놓았다. 리세트 아커버그는 집 앞에 있는 장애물을 치우는 대가로 110만 달러(12억3천만 원)를 지불하기로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와 합의했다.
해변 백사장에 이르는 통로는 이미 몇 주 전부터 개방됐으며,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도록 포장까지 했다.
실제로 카본 비치에서 해변 통행로 개방은 세 번째다.
1983년에 말리부 부두 인근 '존커 해리스 통로'가 처음 개방됐다.
이어 2005년에는 미국의 영화 프로듀서이자 레코드 회사 대표인 데이비드 게펜이 22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자택 앞 백사장 통행로를 열었다.
특히, 당시 게펜은 해안가 통행로를 개방하지 않는다면 하루 1천 달러의 벌금을 내놓아야 한다는 캘리포니아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자 열쇠를 내놓았고, 30만 달러의 법정 소송 비용도 부담했다.
최고급 주택가로 꼽히는 말리부 해변에는 게펜뿐 아니라 존 트래볼타, 코트니 콕스, 데이비드 아퀘트, 더스틴 호프먼, 톰 행크스 등 수많은 스타들과 래리 엘리슨 전 오라클 회장, 제이미 맥코트 전 LA 다저스 구단주 등이 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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