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자 변경할 경우 최초 수익자에게 통보
보험 약관에 신설 추진
#. 자영업자인 K씨는 부인 J씨와 결혼한 후 본인을 계약자로 생명보험을 하나 들었다. 수익자는 부인 J씨로 명시했다. 그러던 중 K씨는 J씨와 사이가 나빠져 별거를 했다. J씨의 완강한 반대와 자녀를 생각해 이혼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K씨는 내연녀인 P씨와 동거를 했다. K씨는 P씨와 사실혼 관계가 된 셈. 수년 후 K씨는 노환과 지병으로 사망했다. J씨는 K씨의 장례절차를 밟던 중 생전에 들었던 생명보험이 떠올라 알아본 후 황당했다. K씨가 수익자를 사실혼 관계인 P씨로 일방적으로 바꿔놨기 때문이다. J씨는 보험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보험 계약자가 사전에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보험 수익자를 변경해 발생한 피해 사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 같은 보험 계약자의 일방적인 수익자 변경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험 약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금융당국은 생명보험·손해보험 계약자가 보험 수익자를 변경할 경우 사전에 최초 수익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는 조항을 보험회사 약관상에 신설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생명보험 계약 시 남편이 계약자로서 부인을 수익자로 설정했다가 이혼 후 수익자를 제3의 인물로 변경할 경우 부인에게 그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다만, 보험 계약자가 수익자 변경 사실을 사전에 통보해 조율할 시간을 부여할 뿐 수익자 변경을 강제로 제한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 계약자가 최초 보험 수익자를 갑작스럽게 변경하면서 해당 수익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보험 계약자가 수익자 변경의 권한을 가졌더라도 보험 수익자의 최소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전 수익자 변경 사실 통보조항을 보험사 약관에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보험 계약자가 당초 보험 수익자로 설정하는 순간, 해당 사실을 곧바로 수익자에게 통보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험 수익자가 보험 계약 사실을 애초부터 몰라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뿐 아니라 채무불이행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된 경우라도 보험 수익자가 해지 사실을 알 수 없는 점을 예방하기 위해 보험사가 해지 사실을 최대한 빨리 통보토록 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보험 수익자는 보험 계약자의 동의를 얻어 압류 등을 유발한 채무를 대신 지급할 경우 종전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생보·손보업계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이라면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계약자가 보험 수익자 설정이나 변경에 대해 사전 통보할지 여부는 개별 보험사가 알아서 선택할 문제"라며 "굳이 금융당국이 나서 수익자에게 사전 통보토록 하는 약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나 실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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