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광복 70주년 맞아 유라시아 친선특급 출발
대륙 물류 네트워크 통해 국가간 경제협력도 기대
'열아홉 번의 낮과 밤, 여섯 개의 표준시간대를 지나는 총 연장 약 1만㎞의 세계 최장 철길….'
오는 14일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가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5000만 국민의 통일 염원을 싣고 대장정에 나선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과제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현을 위한 대표 사업인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드디어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활용, 서울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바르샤바를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달리는 이번 열차에는 정.재계와 문화·예술계 등 각계 인사와 공모를 통해 선발된 일반 시민 등 모두 400여명이 탑승할 예정이다. 박근혜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일환인 이번 사업은 올 1월 중순 외교부와 코레일이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본격화됐다.
■종합 공공외교 사절단 대장정
외교부는 이번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친선특급열차에 함께 탑승할 70명의 일반 국민 참가단을 대대적으로 선발했다. 지난 5월 19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서류접수에만 총 763명이 지원, 무려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국민 참가단으로 선발된 개개인이 각자 재능기부를 통해 5개국 10개 도시에서 열리는 30여개 행사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요리사는 특색 있는 요리 준비를, 운동에 일가견이 있는 참가자는 장기간 여행으로 심신이 지칠지 모를 참가자들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방문하게 될 나라의 국민, 재외동포들과도 만나 교류하는 만큼 이른바 '종합 공공외교 사절단'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 실무의 전반을 담당하는 임수석 외교부 유럽국 심의관은 "시작 단계에서는 단순히 국가 차원의 일로 생각했는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일반 참가단의 열정과 포부가 예상보다 뜨겁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여정의 3분의 2가 러시아에 속한 만큼 현지 지방 정부 고위인사가 친선특급을 마중 나오는 등 방문국가의 협조도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종착지인 독일 베를린에서는 통독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광장을 빌려 한반도 분단 70주년, 독일 통일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여기에는 현지 공관과 우리 정부의 치밀한 협조요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임 심의관은 "독일 정부가 특정 국가 행사에 브란덴부르크 광장을 빌려준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면서 "그만큼 이번 친선특급 행사 준비가 잘됐다. 많은 이들의 염원을 담고 달리는 만큼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유의미한 여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외교 협력 마중물 기대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 진출을 오랜 시간 꿈꿔왔다.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그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2013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광복 70주년인 올해를 기점으로 정권 후반기 외교 분야의 중점 과제로 급부상하며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 창조와 평화의 대륙으로 잇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을 끌어들여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친선특급이 거치는 길은 TSR와 TCR, 몽골횡단철도(TMGR) 구간을 모두 연결하는 실크로드로 여겨진다.
이 가운데 TSR는 이미 한국 기업들이 이용하는 유럽행 물류망으로, 국내기업 중에는 현대상선과 범한판토스 등이 이 철도를 이용해 극동지역으로 물류를 실어나르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해 베를린까지 달리는 여정이지만 북한 구간을 100% 육로로 건너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 때문에 이번 친선특급 사업은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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