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그리스' 정국이 조금씩 진정되는 양상이다. 그리스 은행들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다시 문을 연다. 그러나 자본통제가 완전히 풀리는 것은 아니다. 860억 유로(약 108조원)의 3차 구제금융 협상 전망도 밝아졌다.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의회가 구제금융을 협상안을 통과시켰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18일 부분 개각에 나선 뒤 오는 9~10월께 조기 총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권력 연장을 위해서다. 현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대항할 정당이 없어 재집권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리스은행 20일부터 영업 재개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20일부터 은행 영업이 재개된다고 발표했다. 만 3주만이다.
해외 송금은 이전처럼 제한되고, 에금 인출 한도 역시 1주일 단위로는 420유로로 변동이 없다. 다만 하루 60유로로 제한됐던 인출 한도가 1주일 단위로 바뀌었다. 이전과는 달리 해외에 있는 그리스 시민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20일부터는 결제가 가능해진다.
그리스 의회가 개혁안을 통과시킨 뒤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증액했다. 유럽연합(EU)이 3차 구제금융 타결 때까지 임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 영업재개가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자본통제가 단행된 지난 3주간 그리스의 경제적 손실은 엄청났다. 현지언론들은 '관광업을 제외한 경제적 손실이 30억유로(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의류 판매 등 소매업종은 6억유로, 생산 부문은 18억유로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수입업체들이 원자재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테네상공회의소(EBEA)에 따르면 원자재와 완제품을 실은 콘테이너 4500여개의 통관이 중단됐다.
■부분 개각…조기 총선할 듯
구제금융 개혁법안의 의회 통과로 급한 불을 끈 치프라스 총리는 곧바로 부분개각을 단행했다. 조기 총선도 시사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친 EU 성향 야당에 도움을 요청해 개혁안을 통과시켰지만 이들의 지지는 일시적이어서 결국 정치권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각 진용을 일부 새로 짰다.
반대표를 주도한 시리자 내부 강경파 레프트 플랫폼 지도자인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부 장관을 총리 지지세력인 파노스 스콜레티스 노동장관으로 교체했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과 게오르게 스타타키스 경제장관은 유임됐다.
외신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시리자 내부 강경파와 야당의 '일시적 협조'에 인질이 된 상태'라면서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그에 따르는 구조개혁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조기총선으로 정국을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FT는 조기 총선이 여름 휴가가 끝나는 9월이나 10월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니코스 부치스 내무장관은 "9월이나 10월에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시리자가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야당에 비해 우위를 갖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시리자의 재집권이 예상된다. 문제는 시리자 중앙위원회 내부에 채권단 요구에 대한 반감이 높다는 점이다.
■獨-그리스 감정의 골 깊어져
그리스 사태가 고비를 넘겼지만, 독일과 그리스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자신의 신념대로 한 독일과 그리스의 재무장관의 입장은 상반됐다.
고집대로 긴축개혁을 조건으로 한 구제금융 협상을 성사시킨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자국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에게는 '저승사자'이자 증오의 대상이 됐다.
이날 쇼이블레 장관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사태를 놓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견해가 다르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정치인은 자신의 직위에 따른 책임이 있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누군가 강요했다면 자리에서 물러났을 것"이라고 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한시적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최후의 강경카드로 치프라스 정권을 압박, 긴축 법안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쇼이블레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던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은 3차 구제금융 개혁안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3차 구제금융 개혁안은 누가 개혁을 실행하든지 결국 실패할 것이다. 최악의 재앙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리스의 개혁안 국민투표 직후 전격 사임했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치프라스(총리)는 총구의 위협에서 처형당하느냐, 항복하느냐의 선택을 해야 했다. 그는 항복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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