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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개성공단 임금 갈등 장기화, 입주기업 경영환경 갈수록 악화

정부, 입주기업에 기존수준 임금 지급 고지
입주기업, 최저임금 70.35달러 근거해 지급

개성공단 임금을 둘러싼 남북 갈등이 장기 고착화의 늪에 빠졌다.

지난 16일 남북은 당국 간 회담인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회의를 열고 임금 문제 협의에 나섰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개성공단 임금 문제를 논의할 남북 간 대화의 장이 열릴 가능성마저 희박해졌다. 남북 간 임금협상 난항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경영환경도 악화일로에 빠지면서 한계상황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과의 간담회(20일) 결과와 관련, "(입주기업들에)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후 임금 문제 타결이 안 돼서 기존 기준에 따라 임금이 납부된다고 고지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성공단 임금갈등을 둘러싼 남북 간 대립이 장기화됨에 따라 6월분 북한 근로자 임금도 비정상적으로 지급됐다. 지난 3월 이후 4개월째다.

■남북 임금갈등 고착화 우려

개성공단 공동위 북측 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공동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앞으로 이런 회담을 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근래 들어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수차례 조성됐지만 모두 불발에 그친 점은 이런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그 의미가 무색하리만큼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도 개성공단 임금협상을 둘러싼 일정에 악재로 작용할 조짐이다. 다음 달에 있을 8.15 공동행사 준비와 관련, 남측 광복70돌준비위원회가 북측으로부터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하자는 내용의 초청장을 받았다. 정부가 현재 이를 승인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앞서 6.15 공동행사가 무산된 사례가 있는 만큼 공동개최 성사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8.15 행사를 통해서 남북 관계 발전,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고 따라서 (8.15) 행사도 그런 쪽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우리 측으로부터 제안받은 남북 국회의장 회담과 9월 서울안보대화 초청에 대해서도 사실상 모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19일 서기국 성명을 내고 "남북대화를 추악한 정치적 농락물로 이용하려는 남한의 음흉한 기도"라며 우리 측의 대화 제의를 비난했다. 이는 앞서 지난 17일 제헌절 경축사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비롯, 국방부가 제안한 9월 서울안보대화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입주기업 경영 악화일로

정부와 개성공단기업협회 간 임금협상 해법을 둘러싼 이견도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갈등 상황 속에도 사실상 북한이 임금인상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만큼 사태를 빨리 바로잡아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입주기업의 모 대표는 "남북당국이 최저임금 협상 합의를 보지 못했지만 북한은 이미 사실상 임금인상 효과를 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상당수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최저임금이 아닌 성과급 등 다른 명목으로 임금을 인상해 지급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임금 문제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일단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률 상한선 5% 규정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해주길 기대하는 입장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기존 노동규정 범위 내인 5%를 고집한다면 관리위와 총국 간에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며 "어떤 식으로든 그 부분에서 서로 양보가 있기 전에는 (갈등이) 풀리는 데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와 달리 정부는 '월 최저임금은 전년도 월 최저임금의 5%를 초과해 높일 수 없다'는 현행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근거로 북한의 일방적 임금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5%를 초과해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우선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열고 해당 노동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북측은 그간 최저임금 인상을 '주권사항'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 측 남북공동위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뒤늦게 공동위가 성사됐지만 남북이 합의를 보는 데 결국 실패했다. 그사이 중간에 끼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