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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로 몰리는 '돈'...사상 첫 헤지펀드 '추월'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 자산규모가 헤지펀드를 넘어섰다. 사상 첫 자산역전 현상이다. 주요국 양적완화(QE)를 기반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ETF 수익률이 헤지펀드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ETFGI를 인용, 올해 2·4분기 말 기준 ETF의 자산 규모는 전분기보다 450억달러(약 51조원) 늘어난 2조9710억달러(약 3411조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헤지펀드의 자산규모 2조9690억달러(약 3409조원)보다 20억달러(약 2조원) 많은 수치다. ETF의 운용자산이 헤지펀드 자금을 뛰어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ETF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과 비교해 2배 성장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QE 정책에 따라 풍부해진 유동성 덕분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헤지펀드의 운용자산 규모가 ETF를 앞섰다. 지난 3월말 기준 헤지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2조9390억달러로 같은 기간 ETF(2조9260억달러)보다 많았다.

그러나 ETF에 빠른 속도로 자금이 몰리면서 3개월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ETF시장의 순유입액(1523억달러)은 헤지펀드(397억달러)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지펀드 탄생 66년, ETF 탄생 25년만에 처음 발생한 자산규모 역전 현상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ETF는 저렴한 거래 수수료, 투명성, 자금운용의 유연성 등의 장점이 있다. 이에 안정된 수익을 원하는 은퇴자 및 개인 투자자들이 ETF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ETFGI의 데보라 퍼 창립인은 "ETF는 매우 민주적일 뿐더러 실적 또한 예상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발생한다"며 "반면 헤지펀드는 투자자의 바람대로 항상 결과를 내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주요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HFRI 펀드 가중지수의 수익률은 3.30%였다.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의 상승률 13.69%에 크게 못 미친다.

한편 뮤추얼펀드에 헤지펀드를 접목한 유동성채권펀드와 채권 ETF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WSJ에 따르면 최근 헤지펀드 회사들은 유동성채권펀드 같은 뮤추얼펀드와 채권 ETF의 수익하락에 대비해 이익을 취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들 상품이 정크본드와 깊게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제로금리 환경에서 ETF나 유동성채권펀드 같은 뮤추얼펀드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정크본드에 뛰어든 상황이다. 만일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이자는 물론 채권자에게 원금을 상환하는 것 역시 힘들어지고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