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독서하며 경영구상… 휴가 반납하기도
내수 살리려 해외 방문 자제, 현안 산적해 휴가 미루기도
올 상반기 경영현안을 챙기느라 숨가쁘게 달려온 금융권 수장들은 대부분 여름 휴가 시즌에 국내에 머물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등 일부 금융권 수장들은 눈앞에 닥친 경영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반납한 채 정상 근무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등은 이달말에서 다음달 사이에 3∼5일 가량의 여름 떠난다. 이들은 가급적 해외 보다는 국내에 머무르면서 가족과 함께 재충전의 시간을 갖거나 하반기 정책·경영 구상을 하면서 정중동의 시간을 가진다는 구상이다.
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재계 전반에 국내 경기 살리기 활동이 확산되는 것과 맞물려 해외 방문을 자제한 채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먼저, 올 상반기 '절절포식 금융개혁' 신드롬을 일으킨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월 둘째주에 5일 가량의 휴가를 떠난다. 당초 임 위원장은 휴일에도 출근할 정도로 빡빡한 대내외 일정을 감안해 1∼2일 가량의 짧은 휴가를 검토했다가 5일로 변경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금융위 직원들과 국내 내수경기 활성화를 감안한 행보란 전언이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임 위원장 보다 1주 앞선 8월 첫주에 5일간의 휴가 일정을 잡았다. 진 원장은 휴가 기간에 독서 삼매경에 빠질 모양새다. 그는 벌써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추천도서로 수상록(몽테뉴),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베크만), 경영의 모험(존 브룩스)등을 제시했다. 그는 자비로 추천도서들을 여러 권 구입해 임직원들에게 선착순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도 8월 첫주에 휴가를 떠난다. 홍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문제 해법을 위한 숙고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홍 회장은 지난해의 경우 국내 영업소들을 깜짝 방문, 현장 직원들에게 여름 과일 등을 전달한 바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여름휴가를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해 경영진 내분사태와 각종 사고를 잘 수습하고, KB금융그룹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바쁜 상반기를 보낸 터라 쉼표의 시간이 필요한 것. KB금융그룹 관계자는 "가족들과 국내에서 조용한 휴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도 8월중 2~3일 가량의 휴가를 준비하고 있고,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8월초에 휴가가 예정돼 있다. 둘 다 국내에 머무르면서 경영구상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외환은행의 통합 수장인 김정태 하나금융 그룹 회장에게 여름휴가는 '그림의 떡'이다. 하나금융-외환은행의 연내 통합을 위해 처리할 현안이 쌓여있어 쉴 틈이 없다.
연내 통합을 위해 오는 22일 예비인가를 받은 후 본인가 신청을 거쳐 이르면 9월 합병 법인을 출범시키는 일정이 짜여져 있다.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에게도 여름 휴가는 '남의 일'이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 그룹 관계자는 "조기 통합 이슈로 지주 및 양 행장 모두 올 여름휴가는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이정은 이환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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