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7년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사시)의 존치 여부를 놓고 법조계의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3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로스쿨 제도에 몇몇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법시험으로 돌아가는 것은 옳지 않은 만큼 새로운 대안을 물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 주최로 열린 '사법시험, 폐지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세번째 발제자로 참석한 전북대 로스쿨 김용섭 교수는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다시 종래의 사시와 병치하자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를 "사시를 존치하는 것은 그동안 폐해가 있었던 사시체계로 다시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기존의 변호사들에 비해 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대안으로는 판검사를 배출하는 '국립사법원(가칭)'을 별도로 만들거나 사시가 폐지됐을 경우 변호사시험법을 사법시험법으로 개정하는 방안 등이 있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단순 암기식 시험인 사법시험으로는 미래형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법시험 제도가 법률을 잘 아는 사람을 양성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홍익대 장용근 교수와 동국대 서계원 교수 등 다른 참석자들은 이날 '사법시험 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전개했다.
'고시낭인'(고시를 위해 수년을 고시촌 등을 전전하는 사람)을 방지하고 여러 가지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를 법조인으로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로스쿨이 설립됐으나 지나치게 비싼 학비, 교육기관이 아닌 변호사시험 준비기관으로 전락하는 등 문제점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홍익대 장용근 교수는 "로스쿨이 가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시를 병치함으로써 국민에게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사시 존치 당위성을 설파했다.
동국대 서계원 교수는 "사시가 존치되면 사법출신 변호사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간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시와 로스쿨을 함께 시행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다음 날(30일) 성명을 내고 로스쿨 흠집내기 여론몰이식 세미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로스쿨 협의회는 "사법시험 폐지는 예정대로 이뤄져야하며 계속해서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법조인 양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을 초래할 뿐"라고 주장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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