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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찰스왕세자와 롯데 왕자들

[데스크 칼럼] 찰스왕세자와 롯데 왕자들

지난 6월. 눈에 들어오는 외신 사진이 있었다.

만 89세가 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공식 생일축하 행사에 찍은 여왕의 가족사진이었다. 원래 여왕의 생일은 4월이었지만 축하행사를 그때 했다.

그런데 여왕의 아들인 찰스 왕세자도 백발이 성성한 머리를 하고 있어 얼핏 보면 마치 부부가 나란히 있는 듯했다. 이때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여왕이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다름 아닌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아들 조지 왕자였다. 여왕의 증손자다. 출생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영국 국민들의 관심을 독차지했었다.

'찰스됐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나이가 70이 다돼가는데도 왕위계승을 하지 못하는 찰스 왕세자를 빗대어 나온 말이다. 왕위를 물려받을 나이가 훌쩍 넘었는데 모친은 씽씽해, 애타게 나이만 먹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영후계자로 낙점은 받았으나 경영권을 넘겨받지 못하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찰스 왕세자 모친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1926년생으로 우리 나이로는 올해 90세다. 1953년 왕위를 계승한 이후 64년째 영국 여왕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찰스 왕세자는 1948년생으로 올해 68세다. 그의 속마음은 어떤지 궁금하다.

역시 지난 6월. 영국 방송 BBC의 한 기자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망했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공식 사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당시 트위터에 올라온 글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킹 에드워드 7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여왕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여왕은 실제로 병원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왕 사망설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됐다.

당시 BBC는 이 기자가 부고기사 연습을 하던 도중 이 같은 실수가 나왔다고 해명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만, 송구스럽게도 영국 언론은 여왕의 건강상태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요즘 최대 이슈인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는 1922년생인 94세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있다. 형제의 난 당사자인 신동주·동빈 형제는 61세, 60세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이전만 해도 신 총괄회장은 기업경영에 관여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런데 분쟁이 터진 이후 신 총괄회장의 정신이나 건강상태가 온전한지 여부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2013년 말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이번에 공개됐다. 최근 경영권 분쟁 발생 후 일본을 오가면서 건강이 더 나빠져 최근에는 거의 누워있다는 말도 있다. 알츠하이머 약 복용설도 퍼지고 있어 궁금증은 더 커지고 있다. 고령의 노인들에게 고관절 골절은 매우 치명적인 부상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90%에 달하고 6개월 내 사망할 확률도 20~30%나 된다. 단순한 골절임에도 사망률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골절 자체보다 골절로 인해 움직이지 못해 생기는 합병증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골절이 발생하면 거동을 못해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고, 이후 폐렴이 동반되기도 하며, 만성통증이 있으면 우울증·불면증이 온다고 한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환자가 수술(마취) 후에는 섬망(환각이나 초조함, 잠을 안자고, 소리 지르는 등의 행위)이나 치매 증상을 보인다고 전한다. 대부분 잠깐 증상이 나타났다 돌아오는데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판단력, 기억력 등 인지기능은 개인차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중년이 넘으면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의 하나로 떨어진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나 성장호르몬도 줄어드는데 이는 인지기능과도 연관이 있다. 그래서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에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정신건강 상태에 따라 향후 법정싸움에서 중요한 판결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찰스 왕세자는 나이는 먹고 있지만, 확정된 후계자다. 그는 어머니보다 오래만 산다면 언젠가 왕위를 물려받는다. 롯데와 다른 점이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생활경제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