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받는 對北 원칙론
北 지뢰도발 긴장 고조에 朴대통령, 즉각 대응 지시
결국 北서 먼저 대화 제안 美·中과 對北공조도 기대
북한의 잇단 도발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이 재조명받을 전망이다.
지난 21일 북한이 서부전선 포격도발 직후 전방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데 이어 화력부대를 전방으로 이동배치해 추가 도발 우려가 커지면서 대북 원칙론이 작동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경기 용인 제3야전군 사령부를 방문해 "우리 장병과 또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하는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결코 우리는 용납할 수가 없다"면서 군의 단호한 즉각 대응태세를 주문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도발에 대해서는 어떠한 용납도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한 끝에 북한 측이 지난 21일 먼저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는 결과를 끌어낸 것이다.
이 같은 원칙론이 빛을 발하면서 북한에 대해 '도발에 대한 응징'이라는 원칙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상황에 따라 '대화와 협력'에도 응한다는 '투트랙 기조' 역시 향후 대북관계에서 탄력적으로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북 원칙론 재확인 수확
박 대통령은 지난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북한의 지뢰도발을 비판하면서도 평화통일 강조와 대북협력 의지를 표명하는 대북정책 투트랙 기조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지뢰도발에 이어 이번에는 포탄도발까지 이어지면서 투트랙 기조의 한 축인 '대화와 협력' 기조가 중대기로에 섰다.
실제로 북한의 포탄도발이 감행되면서 청와대 대응 기조는 '도발에 대한 응징'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됐다.
박 대통령은 21일 지방을 찾아 국민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지지와 성원을 재확인하면서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임기 후반부를 맞는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대북 대응에 집중키로 하면서 이 같은 관측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대북 채널이 단호한 대응이라는 기조로 굳어진 뒤 다시 유연한 전략인 투트랙 기조로 전환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향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화해무드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원칙론 중심의 정책기조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우리 측의 조치에 포격으로 맞대응한 데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인들에게 '완전무장'을 명령하는 등 남북대치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가면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남북 긴장 국면이 고조에 달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전방을 찾아 "우리 장병과 또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하는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결코 우리는 용납할 수가 없다"면서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이 도발을 하게 되면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서 가차없이, 단호하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한 바 있는데, 어제 우리 군의 즉각 대응사격은 이러한 평소의 원칙을 그대로 실행한 것"이라며 군의 대응을 격려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즉각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 바라고, 또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선조치·후보고하기 바란다. 평소에도 여러 차례 얘기했듯이 대통령은 군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이 22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확성기 철거가 안될 경우 도발할 경우 단호히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유연한 외교 드라이브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이 이번 대북 대응과정에서 주목받으면서 향후 대북 협상이나 주변 강국과의 외교전에서도 투트랙 기조가 더욱 신뢰를 얻게 됐다.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대북 관련 기조를 도발에는 적극 대응한다는 원칙론과 상황에 따라 대화와 협상에 임한다는 소위 투트랙 기조를 유지해왔다. 투트랙 기조는 사실상 원칙론이 바로 설 때 유연하게 가동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에 최근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해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원칙론의 재확인은 향후 투트랙 기조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위급 접촉 이후 북측의 일방적 압박 카드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켰다는 점도 기대 이상의 수확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예고된 각종 양자 및 다자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의제에도 이 같은 원칙론과 투트랙 기조가 일관성 있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 예정인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당초 일본에 대한 한·중 간 인식을 공감하는 의제가 집중 부각될 것으로 관측돼 왔으나 북한의 잇단 도발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대북 관련 문제가 대화 테이블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에 주요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과 대북관계와 관련해 다각도의 논의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오는 10월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를 비롯해 대북 관련 한·미 간 공동 압박이 예상되고 있으나 남북 고위급 접촉의 성과에 따라 광범위한 한·미 간 논의가 진행될 기대감이 커졌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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