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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8·25 합의] 협상 시작부터 극적 타결까지 긴박했던 무박4일

충돌직전 성사된 1차 협상
朴대통령 사령부 방문 등 강력대응에 분위기 반전
北, 고위급 접촉 요구 우리 제안으로 2대2 협상 10시간 협상 끝 '정회'

냉탕-온탕 오간 2차 협상
朴-金에 실시간 전달 조율 거치며 협상 길어져
수석대표 김관진-황병서 별도공간서 만나 담판 새벽 1시 '막판 빅딜'

지난 22일 오후부터 시작된 남북 간의 밀고 당기는 마라톤 협상은 나흘 만인 25일 새벽 그 막을 내렸다.

북한군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발생한 지 3일 만인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 남북 대표단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나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10시간 가까이 무박 2일의 1차 협상을 벌였다. 이어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23일 오후 3시30분께 판문점에서 재개돼 25일 0시55분 극적 타결됐다.

■준전시 상황에서 1차 협상

남북 고위급 접촉은 처음부터 극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 20일 준전시 상태를 선포한 이후 22일 오후 5시(북한 평양시 기준)까지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3군 사령부를 방문, 군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홍용표 장관 명의로 통지문을 북측에 발송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를 접수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상황이 급반전됐다. 북측이 김양건 조선노동당 비서 명의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21일 또는 22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전달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김관진 실장 명의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대상으로 하자"는 수정통지문을 발송했다. 참석자 조율은 22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이날 9시35분 북측은 황 총정치국장 명의로 "북측은 황병서.김양건, 남측은 김관진 실장.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2대 2로 접촉하자"는 통지문을 재발송했다. 청와대는 오전 11시25분께 북측 제안을 수용하면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시작됐다.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30분까지 10시간가량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정회를 선언했다.

■드라마틱한 2차 협상

2차 협상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진행됐다. 특히 회담장 분위기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고 이에 따라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기도 했다.

북측은 협상 과정에서 이번 위기의 원인이 된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도발과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이 자신들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 군의 대북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한 반면 우리 측은 북측이 우리측 부사관 2명에게 큰 부상을 입힌 지뢰도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취하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박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남북 대표단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 본국의 훈령을 받아 다시 조율하는 지루한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늦게 들릴 것으로 예상됐던 '타결'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부 분위기도 '낙관'에서 '신중' 쪽으로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25일 새벽 1시쯤 협상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1시10분께 브리핑을 통해 "남북 고위급 당국자 접촉이 오늘 0시55분 종료됐다"고 밝혀 '무박 4일'간의 벼랑 끝 마라톤 협상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CCTV로 청와대.주석궁에 중계

43시간 넘게 진행된 1차와 2차 회담의 전 과정은 남북 정상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는 소형 카메라가 돌아갔다. 서울과 평양으로 회담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과 김정은 제1비서가 같은 시각 청와대와 주석궁에서 폐쇄회로TV(CCTV) 모니터로 남북 협상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청와대와 관계부처는 판문점 핫라인과 연결된 CCTV 모니터를 통해 회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했고, 협상전략을 평화의 집 우리 측 대표에게 즉각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도 정회 시간에 남측 평화의 집과 북측 통일각을 오가며 평양에 보고를 하면서 상부의 지시를 받았고, 이 때문에 합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남북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녹음·녹화가 되지 않는 별도 장소에서 따로 만나 담판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yoon@fnnews.com 윤정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