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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남은 국정감사.. 국회의원회관 풍경 "주말 밤샘 야근은 기본 추석연휴는 그림의 떡"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 내년 총선 위해 의욕 충만
의식주 사무실서 해결 준비 인원 충원까지 해

"지금 국회는 국감전쟁중."

정부의 한 해 살림살이에 대한 공과(功過)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국정감사가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의원실은 사실상 24시간 풀가동중이다.

내년 20대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국감인 만큼 '제대로 국정의 난맥상을 파헤치겠다'는 여야 의원들의 의욕이 충만해있기 때문. 의원들에겐 '국감스타'라는 타이틀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데다 의정활동의 '백미'인 국감에서의 활동 성과가 곧 공천기준의 유불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감에 올인할 명분이 된다.

보좌진들에겐 국감이 향후 주군(의원)의 정치적 입지와 직결돼 있는 데다 자신들의 정무적·정책적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도 여겨진다.

상당수 의원실에선 벌써부터 가족들에게 추석 명절 자진반납과 함께 국감기간 중 아예 의식주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통보한 사례가 많다는 후문이다.

일부 보좌관은 최근 자체 회의를 통해 보좌진 모두에게 '메뚜기도 한 철 장사'라는 농섞인 말로 국감 준비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주말 반납에 야근은 기본이고 일부 의원실은 인턴 등 국감 준비 인원까지 충원하는 등 국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는 내달 10일부터 오는 10월 8일까지 진행된다.

각 의원실은 상임위원회 별로 주요 현안을 정리하면서 '선택과 집중'하기 위한 국감목록 짜기에 여념이 없고, 정책적으로 차별화된 의제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각자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이른바 '꺼리'를 찾기 위한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비전과 각종 과제들에 대한 진척도를 체크하기 위해 언론 스크랩에도 열심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한 야당의원 보좌관은 "워낙 피감 기관이 많다보니 모든 것을 심도있게 볼 수는 없다"며 "메인 의제로 내세울 내용을 정하기 위해 현재 몇 가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위한 주요 공격 타깃을 설정중임을 밝혔다.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의원 보좌관은 "정무위의 경우 롯데그룹 사태로 촉발된 재벌 개혁 이슈를 비롯해, 9월 금융위기설, 김영란법 시행령, 산업은행 등 현안들이 많다"며 "지금 의원실 모든 인원이 국감 준비에 매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등 주요 현안이 많은 국토교통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실도 최근 자료 수집 및 조사를 위한 피감기관 미팅 일정 등을 잡는 등 '한 방'을 준비중이다. 기획재정위원회 한 여당 의원실은 효율적인 국감을 위해 대학생이나 로스쿨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입법보조원을 추가로 뽑기도 했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보좌진들은 국감준비까지 겹쳤다고 하소연을 내놓는다.

지역구가 영남인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도 중요하지만 지역구 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어 이를 병행하느라 파김치가 될 판"이라며 "총선 공천이 중요한 만큼 국감과 지역구 관리를 동시에 하느라 하루하루 피말린다"라고 토로했다.


이렇다보니 추석 연휴는 '그림의 떡'이다. 국감이 추석연휴 전후인 9월 10~23일과 내달 1~8일로 나눠 실시돼 '불효 국감'이라는 볼멘 소리도 터져나온다. 한 여당의원실 비서관은 "대부분 추석연휴는 미리 포기하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귀뜸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