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철도 등 개도국 인프라 건설 지원 중소기업의 우수기술 '수출 길'도 터줘
승인실적 작년 1조4399억
【 마닐라(필리핀)=이정은기자】"자동차로 마닐라 도심으로 이동할 경우, 10km 구간 통행료가 우리돈 4000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남부마닐라 통근열차를 이용하면 36km 구간 이동에 우리돈 500원이 채 들지 않습니다. 수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우리가 지원한 통근철도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출퇴근하고 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수출입은행 오용근 마닐라 사무소 소장의 말이다. 지난 2011년 9월에 문을 연 수은 마닐라사무소는 현지에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을 하고 있다. 개발 수요를 찾아 사업을 발굴하는 한편 이미 차관이 공여된 사업의 중간점검 및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 그에게 맡겨진 주요 임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1987년부터 개발도상국 경제.사회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된 기금인 EDCF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5년간 EDCF 승인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1년 1조508억원에서 2012년 1조2540억원, 2013년 1조2288억원, 2014년 1조4399억원 등이다. 국가별로는 베트남, 방글라데시, 필리핀, 캄보디아, 스리랑카 순으로 승인이 많이 이뤄졌다.
필리핀에서의 주요 EDCF사업으로는 남부마닐라 통근철도사업과 라귄딩간 공항개발사업이 꼽힌다. 남부마닐라통근사업의 경우 마닐라 남부지역 칼루칸~알라방 사이 총 36km를 잇는 사업으로 보수 및 철도.차량의 신호체계 개선, 디젤전동차 18량 공급 등이 이뤄졌다. 수은을 통한 EDCF 3500만 달러, 수은 수출신용 1540만 달러가 지원된 사업이었다.
오 소장은 남부마닐라 통근철도사업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철도차량이 방치돼 있고 철로에 오두막집이 곳곳에 지어져 있어 사업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이들 무허가 거주민들의 이주 및 보상은 필리핀 정부가 맡아서 해주기로 한다는 내용이 차관 공여 계약서 안에 들어가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져 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협상을 다시 해서 비자발적 이주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다시 계획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성공할 수 있었지만 원래보다 더 늦어져 비싼 수험료를 낸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필리핀 라귄딩간 공항개발 사업의 경우, 늘어나는 항공수요에 대응하고 민다나오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진행됐다. EDCF 3320만 달러와 수은 수출신용 6275만 달러가 투입됐다.
지난 1998년에 차관공여 계약이 체결돼 현재는 원리금이 회수되고 있다. 이번 사업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를 넓힐 수 있었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오 소장은 "공항 관제 등 계기착륙 관련 설비들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데 국내 한 중견기업제품이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됐으나 당시 실제 공항에서의 테스트가 필요했던 상황"이라며 "결국 적극적으로 설득해 국내 시험을 거쳐 국내 중소업체의 저렴하고 우수한 항법설비가 설치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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