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명문대인 도쿄대학교가 벤처 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창업 열기가 낮고 공무원 같은 안정적 직종만 추구하면서 일본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쿄대는 수십명의 국무총리와 고위 공무원을 배출하는 등 엘리트 양성소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벤처 기업을 육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WSJ는 "도쿄대가 보수적이고 고루한 이미지에 갇혀 기업가 정신을 잃어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대의 행보는 아베 신조 총리가 주창하는 '대학 개혁'과도 일치한다. 앞서 아베는 일본 대학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줄이고 직업과 연계된 실용학문 강좌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개혁 프로그램을 교육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이에 따라 지원금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대학 개혁 프로그램을 강제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가까스로 불황에서 벗어났지만 새로운 동력 없이는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머니트리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은 벤처 캐피털투자 총액이 4860억달러에 이르는 반면 일본은 9억4000만달러에 그친다. 도모다카 고지 도쿄대 에지캐피털 대표는 "도쿄대 졸업생들은 전통적으로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최근에는 벤처 사업이나 창업에 대해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대는 '토다이 TLO'를 활용해 벤처기업 육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토다이는 도쿄대가 100% 출자한 주식회사로 도쿄대에서 나온 기술이나 발명은 모두 토다이 TLO에서 관리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등에서는 일찌감치 시행 중이며 이들은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도쿄대와 관련된 벤처는 지난해말 기준 224개로 기들의 기업가치는 약 1조엔(약9조2000억원)을 육박한다. 대표기업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믹시(Mixi), 바이오식품업체 유글레나, 의약품업체 펩티드림 등이 있으며 상장사는 16개다. 기업수는 5년전보다 두배 가량 증가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다는 게 고민거리다. 도쿄대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대 특허 수입은 5억엔이 조금 못미쳐 전년도 6억엔보다 줄었다.
한편 글로벌 기업들이 도쿄대 관련 벤처를 인수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도쿄대의 벤처 육성 의욕은 더욱 타오르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포털 바이두는 지난달 도쿄대의 에지캐피털이 투자한 벤처기업 포핀을 10억엔에 인수했으며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2013년 도쿄대 교수 두 명이 만든 샤프트를 인수했다. 샤프트는 세계재난로봇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로봇 '에스원'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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