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에게 단백뇨가 나오면 신장합병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백뇨가 나오는 단계는 당뇨병성 신장질환 말기 전 단계인 4단계에 해당되며 당뇨병력이 12~ 24년 정도가 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때는 고혈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고 신장이 이미 제 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상태로 만약 다음 단계인 신부전증으로 발전하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는 것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건국대병원 당뇨센터 최수봉 교수는 30일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정확한 발병시기를 모르거나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많고 신장 또한 이미 기능을 많이 상실한 후에나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장기이기 때문에 당뇨병을 발견했을 때 이미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신장은 당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장기 중에 하나다. 당뇨로 혈액 내 포도당 수치가 올라가면 혈관을 막을 가능성이 높은데 신장은 미세혈관이 밀집되어 있는 장기라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포도당이 세포로 흡수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아 소변으로 배출되는 질환이다. 우리 몸은 음식물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해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췌장 기능의 이상으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경우에는 포도당이 흡수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그대로 남게 된다. 세포가 에너지원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혈액 속의 과도한 포도당으로 인해 생기는 당뇨합병증이 더 위험하다. 포도당 때문에 끈적해진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뇌졸증, 관상동맥질환, 방광염, 신우염, 족부궤양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합병증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신장처럼 미세혈관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고혈당에 더욱 취약하다. 혈액을 여과해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의 사구체는 소동맥에서 나온 모세혈관이 털뭉치처럼 얽혀있는 기관이다. 당뇨 때문에 걸쭉해진 혈액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막히고 혈관벽이 딱딱해지면서 신장의 기능을 잃게 된다. 실제로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의 4분의 1이 당뇨병 환자다. 당뇨 합병증 중에서도 신장합병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비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은 장기의 특성상 병이 진행되고 치료가 불가능한 정도가 되기 전까지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신장 기능이 15~30%일 때도 식욕이 떨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정도밖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투석이나 신장이식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는 정도의 중증 상태, 즉 신장기능이 10% 미만으로 떨어져서야 온몸이 심하게 붓고 호흡곤란 증상 등이 나타난다.
손상된 신장은 회복이 어렵고 지속적으로 상태가 악화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평소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질환의 위험이 없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당뇨를 오래 앓았던 환자의 경우에도 유병기간이 5~6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신부전의 위험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6개월 마다 단백뇨(미세알부민뇨)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합병증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혈당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 식이요법 및 인슐린 요법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혈당관리를 위해서 혈당 조절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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