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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69) 백령도 병원시설 부족 가족들 육지로 보내고 혼자사는 직원 대부분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69) 백령도 병원시설 부족 가족들 육지로 보내고 혼자사는 직원 대부분
지난달 24일 취재 당시 백령도기상관측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 백령도관측소 직원은 모두 9명이지만 4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함께 모일 시간이 거의 없다. 왼쪽부터 김성준 소장, 오병찬 주무관, 김종역 레이더소장,홍군제 청원경찰.

【 백령도=장용진 기자】 백령도 고층기상관측소 근무 7개월차인 오병찬 주무관에게는 막 백일이 지난 아들이 하나 있다. 아이들은 백일부터 돌 사이가 가장 예쁘다는 말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다. 하지만 오 주무관은 지금 아들을 볼 수 없다. 아들과 아내는 인천에 나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달려가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오 주무관이 아들을 볼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몇 번 되지 않는다. '퇴근하면 밤새 헤엄이라도 쳐서 만나고 오고 싶다'는 게 그의 마음이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여의치 않은 뱃길 사정이다.

백령도에서 인천까지 뱃길은 4시간. 오전에 인천을 출발한 여객선은 정오가 조금 지나 백령도에 잠시 입항했다가 곧바로 인천으로 돌아간다. 전에는 오전에 백령도에서 출발하는 배가 있었지만 선박회사 사정으로 없어졌다.

오 주무관이 아들을 보려면 정오 무렵 들어오는 여객선을 타고 인천에 들어갔다가 다음 날 오전 9시 출발하는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한다. 집에 도착해도 늦은 저녁일 수밖에 없어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잠시 본 다음 새벽같이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 셈이다. 만약 기상 상황이 나빠서 태풍특보라도 내리게 되면 꼼짝없이 발이 묶인다. 나갈 때 미리 복귀 시점의 날씨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날씨가 멀쩡해도 나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직원들도 비슷했다.
하나같이 "학원은 백령도에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병원 문제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119응급헬기가 있지만 뇌출혈이나 심근경색같이 초응급환자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병원 문제는 단순히 기상관측소 직원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보건소에 그치고 있는 현재 의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