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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가모바일 아이템 수십만원 결제해도 피해보상 막막.. 범죄 '사각지대'

'인앱' 한도 규정 느슨
미인지 요금 청구 피해 등 앱마켓 민원 꾸준히 늘어 외국비해 보상·구제 미비

미성년자가모바일 아이템 수십만원 결제해도 피해보상 막막.. 범죄 '사각지대'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 자녀의 휴대폰 내 유료 앱 결제, 혹은 휴대폰 도난 및 피싱 등에 의한 비인지 앱 결제의 경우 외국과 달리 국내는 피해 보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11일 한 휴대폰 사용자 계정으로 50만원이 넘는 게임 아이템 결제 금액이 청구돼 있는 화면.


#1. A씨는 지난 명절에 미성년인 사촌 동생이 휴대폰 게임 아이템으로 수십만원을 결제한 사실을 하루 뒤 알았다. 이후 애플리케이션 마켓과 개발사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게임 아이템이 소진 돼 환불이 안 된다는 답변만 받았다.

#2. B씨는 지난 7월 통신비 청구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휴대폰 게임 아이템 구매 대금으로 50만원이 청구돼 있었기 때문이다 . A씨는 "앞서 휴대폰을 분실했는데, 분실 신고를 하기 전에 도용된 휴대폰으로 수십만원이 결제됐다"며 "신용카드와 달리 부정 사용에 대한 환불이 불가능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소액결제나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결제 등과 관련된 모바일 금융거래 피해가 빈번하고 있으나 적절한 소비자 보호책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휴대폰에 무료 앱을 설치한 후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게 유도하는 '인앱'(In-App) 결제의 경우 명확한 한도 설정이 가능한 소액 결제와 달리 한도 규정이 느슨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인앱' 결제, 수백만원 피해 사례도

1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83.0%로 세계 4위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스마트폰을 보유하면서 크고 작은 모바일 금융거래 관련 피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모바일 앱 마켓 민원 발생 건수는 2012년 21만6000건에서 2013년 59만6000건, 지난해 8월 기준 29만6000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모바일 앱 관련 민원처리를 담당하는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 관계자는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게임 아이템이나 포인트를 구매하는 앱 내 결제, (도난, 피싱 등에 의한) 미인지 요금 청구" 피해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분실 및 도난 시에는 소비자 귀책 사유가 없는 이상 신고접수일 기준으로 60일 전까지 카드사가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도난, 혹은 자녀에 의한 미인지 결제의 경우 환불이 어려운 상황이다.

앱 마켓 사업자, 통신사, 콘텐츠 제공업자 등이 미성년 자녀의 결제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일부 블랙 컨슈머로 피해를 보고 있어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사용된 게임 포인트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환불이 불가능하다.

피해 금액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한다. 통신사를 통해 결제할 경우 설정에 따라 최대 한도가 50만원정도로 제한되나, 신용카드 결제 시에는 신용카드 사용액 한도에 따라 피해액이 수백만원을 넘기도 한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최근 선물하기 기능을 사용해 총 500만원의 금액이 결제된 사례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외국은 앱 결제 피해 보상 사례 인정

외국의 경우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자의 앱 결제에 대해 피해 보상 사례를 인정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1월 애플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지도에 따라 총 3250만달러(385억원)를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에는 구글 역시 FTC로부터 부모 동의 없는 앱 거래 관련 1900만달러(225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업체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일부 환불을 해주는 경우는 있지만 환불 의무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미성년자에 의한 동의 없는 결제의 경우 한도 설정, 환불 등에 대한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인앱결제 피해를 막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5월 "자동결제 방지를 위한 이용자 보호조치 및 오픈마켓 사업자 결제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했으나 홍보 부족으로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개선안에 따라 환불 요청 민원의 경우 개발자를 통하지 않고 앱 마켓 사업자를 통해 원스톱으로 진행이 가능하도록 개선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앱 마켓 사업자가 개발자에 환불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방통위와 MOIBA 운영하는 앱 관련 민원 접수 사이트 '앱 결제 안심터(www.appsafer.or.kr)'에 접수된 피해 민원 건수도 올 7월까지 102건에 그치는 등 전체 피해 사례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에 소액결제 및 정보이용료 차단 서비스를 신청하고, 한도액을 최소한으로 설정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며 "스마트폰 환경 설정에서도 앱 내 결제에 비밀번호를 걸거나, 차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