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결함, 안전과 직결.. 늑장 리콜 없앤다
제품 이미시 손상 우려에 은근슬쩍 무상수리 대체
3년간 12만대 늑장 리콜 과징금 상향 등 제제 강화
변재일 의원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지난해 말 2000만대를 돌파했다. 세계에서 15번째다. 인구 2.5명당 1대꼴이다. 자동차 보급률이 크게 올라가면서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높아졌다.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을 때 무상으로 점검해 주거나 교환해 주는 '리콜(Recall)'에 민감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일부 자동차 제조사의 경우 운전자 안전과 관련된 결함을 인지하고도 리콜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제품 이미지 손상에 따른 판매 하락 등을 우려해 리콜 대신 '무상수리' 등으로 대체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가 결함을 인지하는 즉시 리콜을 실시토록 법을 강화하는 법안이 추진 돼 주목된다.
■ 3년간 12만대 '늑장 리콜'
20일 국토교통부의 '최근 3년간 리콜실시 이전 무상수리 실시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7개 차종에 12만 1560대가 리콜 이전에 무상수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을 실시해야하는 '안전결함' 발생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작사가 행정상의 편의와 비용절감 및 회사 이미지 실추를 방지하기 위해 '늑장 리콜'을 하는 것이다.
자동차 제작사 등이 결함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즉시 시정하지 않는 경우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운전자 및 그밖에 함께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전국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당하고 있는 셈이다.
'늑장 리콜'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지만 처벌 규정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제작결함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리콜을 하지 않아도 과징금 등의 처분이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늑장 리콜'로 인해 자동차 소유자의 사고 등 재산·신체상의 손해가 발생해도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다.
특히 현행법상 리콜을 은폐, 축소할 경우 형사처벌 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이 있으나 국토교통부나 교통안전공단이 본조항에 따라 자동차 제작사를 처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늑장 리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점과는 크게 대비된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제작사들이 안전과 관련된 문제 발견했을 경우 5일 안에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3500만달러(약 37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 "결함사실 인지시 즉시 리콜해야"
늑장 리콜에 대한 제재 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법 개정을 통해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은 자동차제작사 등이 결함사실을 인지한 이후 즉시 리콜을 실시하도록 하고, 늑장리콜을 할 시에는 매출액의 1/1000을 과징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며, 늑장리콜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발생시 제작사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변 의원은 "실제로 제작사 등이 결함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즉시 시정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자동차 소유자 및 그밖에 함께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전국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리콜 사항 발생시 즉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보편화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방관하고 있다"며 "리콜보다는 무상수리로 슬쩍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리콜은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가 차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하소연 할 곳이 없다"며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소비자 중심으로 움직여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리콜 규정 강화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수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의 경우 외국과는 달리 리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만큼 제조사들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특히 리콜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 수출되는 제품에 모두 적용되고 공지해야 하는 사항인만큼 자칫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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