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잔꾀 들통난 폭스바겐, 반면교사 삼아야

배기가스 조작 적발돼 리콜 '클린디젤' 앞세워 고객 속여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독일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배출가스를 속인 사실이 적발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최근 폭스바겐이 자사 디젤차량에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SW)를 설치했다며 48만2000대의 차량을 리콜하도록 명령했다. 회사 측은 주력 차종의 미국 판매를 중단했다. 폭스바겐은 또 미국 당국으로부터 180억달러(약 21조원)의 천문학적 벌금을 물 처지에 놓였다. 소비자의 집단소송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회장은 20일(현지시간)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고객 신뢰를 되찾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1일 이 회사 주가는 19%나 폭락했다.

이로써 폭스바겐은 1937년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막대한 비용지출이 문제가 아니다. 고객의 생명을 담보하는 기기인 자동차 업종에서 한번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만회하기가 극히 어렵다.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은 클린디젤 엔진과 높은 연비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는 회사다. 그런 회사가 배기가스 '숫자 조작'을 했다면 신뢰에 치명적 손상이 갈 수밖에 없다.

EPA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제타.비틀.골프와 아우디 A3 차종에서 배기가스 검사 때만 배출통제시스템을 최대로 가동하고 평시에는 시스템 작동을 중지하는 SW를 설치했다. 올 상반기 504만대를 판매해 도요타(502만대)를 밀어내고 4년 만에 1위에 오른 폭스바겐은 정작 미국 자동차시장에서는 점유율이 9위에 그칠 만큼 부진하다. 배가가스 조작사건은 미국시장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에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 결함이나 성능을 조작.은폐하다가 대규모 리콜로 급추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10년 가속페달 결함으로 1400만대를 리콜해야 했다. 초기에 도요타가 문제점을 무시하려 하자 소비자 불만이 폭발했고 결국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미 의회에 불려나가 머리를 숙여야 했다. 도요타는 배상금 등으로 31억달러를 썼고 세계 1위에서도 밀려났다.

반면 2012년 EPA에 의해 연비 과장이 적발됐던 현대.기아차는 기민하게 소비자 보상에 나서 파장을 최소화했다. 그렇지만 현대.기아차도 벌금, 보상금 등으로 7억6000만달러의 지출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점화.에어백 장치 결함에 늑장대응했던 제너럴모터스(GM)는 1400만대를 리콜하면서 명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세계 2위의 에어백 제조업체인 일본 다카타도 3400만대 에어벡을 리콜하면서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다.

폭스바겐은 국내에서도 수입차 최다판매 모델을 석권하고 있는 인기 브랜드다. 문제의 4개 차종은 올 들어 국내에서 1만7000대나 팔렸다.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도 조작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은 폭스바겐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소비자 신뢰를 잃은 기업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