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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린 후 식칼들고 '죽이겠다' 협박..대법 "흉기상해죄로 처벌안돼"

때린 후 식칼들고 '죽이겠다' 협박..대법 "흉기상해죄로 처벌안돼"
대법원

피해자를 때린 후 흉기를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면 '흉기 상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때릴 당시 식칼을 쓰려는 의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관련 법 조항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및 집단·흉기 등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55·여)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8월~2012년 11월 사실혼 관계였던 B씨(52)를 두 차례 폭행하고 한 차례 상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A씨가 집에서 말다툼을 하다 B씨의 머리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주방에 있던 식칼을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혐의에 대해 "흉기를 휴대하고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폭처법상 집단·흉기 등 폭행죄를 적용했다. B씨가 부모편을 든다는 이유로 화가 나 쇠로 된 아령을 들고 머리를 1회 때린 혐의에 대해서도 같은 죄목을 들었다.

검찰은 A씨가 또다시 B씨의 머리를 주먹과 발로 때리고 식칼을 가지고 와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혐의에 대해서는 "흉기를 휴대하고 피해자를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했다"며 폭처법상 집단·흉기 등 상해죄(폭처법 제3조 1항 등)를 적용했다.

앞서 1·2심은 이 혐의를 모두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고인이 초범인 데다 시부모와의 갈등 등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위험한 물건인 식칼과 아령을 휴대한 채 폭행하고 상해를 가한 것으로 수단과 방법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봤다.


대법3부는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도, '흉기 상해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상해를 가한 후 식칼을 가져왔다는 것이지 상해를 가할 당시 식칼을 사용하려는 의도 아래 식칼을 소지하거나 몸에 지녔던 것이 아니다"라며 "흉기를 휴대하여 상해를 가한 범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상해행위와 흉기를 휴대해 B씨를 협박한 행위는 범행장소와 피해자가 동일하고 시간적으로 밀접돼 있기는 하나, 수단·방법 등 범죄사실 내용이나 행위태양이 다를 뿐 아니라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이를 포괄해 폭처법상 집단·흉기 등 상해죄로 처단할 수도 없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