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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3만원이 3만엔 둔갑.. 불법영업 콜밴 심야 추격전

관광경찰대, 콜밴·택시 불법 영업 단속 현장 가보니..
택시가 한국 첫 인상 좌우 승차거부·바가지 요금 등
근절해야 외국인 재방문

요금 3만원이 3만엔 둔갑.. 불법영업 콜밴 심야 추격전
지난 24일 서울 명동역 인근 세종호텔 앞에서 불법 영업 중인 콜밴이 관광경찰대 단속순찰팀에 적발됐다. 승객 보호를 위해 설치해야 할 격벽과 보호봉 없이 콜밴을 운영한 기사(왼쪽)가 진술서를 작성하고 있다.


요금 3만원이 3만엔 둔갑.. 불법영업 콜밴 심야 추격전
지난 24일 밤 11시께 서울 명동역 6번 출구 앞. 택시 승차 후 곧바로 하차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김민혁 경장(오른쪽)이 승차거부 등 불법 영업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격벽도 없고 보호봉도 없습니다. 명백한 불법 영업 콜밴입니다."

지난 24일 밤 10시 30분께 서울 지하철 명동역 인근 세종호텔 앞에서 불법 영업 중인 검은색 카니발 차량 1대가 관광경찰 단속순찰팀에 적발됐다. 단속순찰팀 김양승 경사는 차량 운전자의 운전면허증을 확인하고 위반진술서를 작성했다.

김연호 경장은 증거 확보를 위해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했다. 또 다른 위반 사항이 있는지도 확인했다. 김 경사는 "콜밴은 20kg 이상 화물을 싣고 운행하는 특성상 격벽과 보호봉이 없으면 화물이 승객에게 넘어올 수 있어 안전상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적발된 운전자는 "큰 화물을 싣느라 잠깐 떼어놓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사건은 수사팀으로 인계돼 구체적인 조사를 받게 된다.

■엇갈린 진술, 불법행위 시치미

이날 밤 10시부터 4시간 가량 7명으로 구성된 관광경찰대 단속순찰팀은 명동, 동대문 등 서울 강북지역 일대 콜밴·택시 불법 영업 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14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연휴기간을 포함,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영업을 막기 위해 특별 단속중이다.

밤 11시께 명동역 6번 출구에서 쇼핑백을 양 손에 쥔 외국인 관광객 20여명이 도로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단속팀장인 장창규 경위와 김민혁 경장은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사복차림으로 택시 불법 영업을 단속하기 위해 옆으로 다가갔다. 장 팀장은 "외국인에게 승차거부를 하거나 택시비를 흥정하는 등 호객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 뒤 중국인 관광객 3명이 탑승했다가 서둘러 하차하는 광경이 목격됐다. 승차거부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김 경장은 차도로 달려가 택시를 세웠다. 택시기사는 "요금이 비싸 중국인들이 하차했다"고, 중국인 관광객은 "택시기사가 '지리를 모른다. 내려라'고 했다"고 항변했다. 진술이 엇갈리자 택시기사는 순찰팀을 상대로 영업방해라며 소리를 질렀다. 시간이 지체되자 중국인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착각해 벌어진 일이라고 토로했고 이후 택시를 돌려 보내는 것으로 종료됐다.

택시는 고의로 '예약'표시를 한 뒤 승차거부를 하거나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문제 삼으면 사실상 단속이 힘들어 아직도 불법 행위가 공공연히 벌어진다고 경찰은 전했다.

장 팀장은 "통상 외국인 관광객들 진술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지만 의사소통이 어렵고 협조가 잘 안돼 단속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 경장은 "택시는 불법행위가 많아 단속팀에 적대적"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확인해야하는 부분이고 그때마다 언성이 높아져도 달래 보내야해 매번 감정 노동하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불법 영업 콜밴, 심야 '추격전'

자정이 지나면서 택시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장 팀장은 "이 때를 노려 콜밴이 활동한다. 이제부터 콜밴을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밴의 불법 영업사례는 다양하다. △승차한 손님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기사 자격증을 부착해야 하지만 숨겨 놓는 경우 △20kg이상 화물을 보유한 손님을 태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합의된 금액에서 돈을 더 요구하는 행위 등이다. 장 팀장은 최근 단속에서 "손님은 3만원에 합의했는데 콜밴 기사가 내릴 때 갑자기 3만엔이었다고 말을 바꿔 30만원을 달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김 경사는 "콜밴은 가격을 손님과 흥정하는 게 원칙인데 얼마 전 단속된 기사는 아예 일반택시처럼 미터기를 달아 놓고 영업했다"고 설명했다.

25일 새벽 0시 40분 콜밴 1대가 손님을 태우려 하자 김양승 경사가 차량 문을 두드렸다. 콜밴 기사는 단속반을 눈치챘는지 달아났고 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경찰은 명동에서 남산터널을 지나 최대속도인 시속 110km로 달렸지만 콜밴은 그 이상 속도로 멀어져갔다. 차량 번호를 외운 김 경사는 "지난번에도 적발됐던 콜밴 차량인데 단속반을 기억하고 달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벽 1시 20분, 김 경사는 "하루에 많을 때는 3만보까지 걷는다"며 "차도에서 단속하다보니 매연을 항상 마시고 실제 위험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들의 목표는 현재 불법 영업중인 택시나 콜밴으로 인한 비정상적 관광관행의 정상화다. 장 팀장은 "택시나 콜밴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한국의 첫인상일 수 있다"며 "관광객들의 피해 사례가 아직 많기 때문에 단속을 통해 관광객들 편의를 도모하고 나라 이미지 제고에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