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71)의 추징금 집행팀을 구성한 것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올 7월까지 2만건 넘게 추징금이 미납됐으나 추징금 환수작업을 위한 별동대가 마련된 경우는 이번이 두번째다.
분식회계로 유죄가 확정된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은 미납 추징금이 조 단위지만 추징금 집행팀이 가동되지 않았다. 한 전 총리 추징금은 8억8000만원이다.
특히 검찰 내 추징금 집행팀이 처음 가동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부도덕한 재산 관리 행태로 집행팀 구성이 지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가 확정된 한 전 총리의 추징금 집행팀을 꾸려 환수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공판부 산하 집행팀에는 검사 1명과 집행과 소속 수사관들이 배정됐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이 확정됐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자발적인 추징금 납부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해 집행팀 설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형 확정 이후 한 전 총리 측에 추징금 납부명령서와 1·2차 납부 독촉서, 강제집행 예고장을 차례로 보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에 한 전 총리 측의 재산 사항을 파악하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권 등을 압류조치했다.
검찰 측은 "정치자금법 위반은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일명 전두환추징법)에 해당되지 않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압류 조치의 근거 법령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의 추징금 전액을 환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3월 관보에 게재된 한 전 총리의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한 전 총리는 예금 2억2371만원, 아파트 전세 임차권 1억5000만원 등이 자산으로 잡히지만 개인 채무도 3억9000여만원에 달한다. 한 전 총리는 재산 공개 이후에도 자산이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특정인을 겨냥한 추징금 집행팀이 구성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3년 5월 1672억여원에 달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고자 전담팀을 꾸린 바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은 미납 추징액이 천문학적인 규모인데다 부도덕한 재산 관리 행태가 문제가 돼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한 전 총리는 다소 사안이 다르다"며 "정치적으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9억원에 못미치는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담팀'까지 꾸린 것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발적 납부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비슷한 까닭으로 추징금을 환수하지 못한 사례는 많다.
분식회계로 유죄가 확정된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은 미납 추징금이 조 단위지만 검찰은 추징팀 구성을 검토하거나 언급한 바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최근 법무부에서 받은 '추징금 결손처리 내역'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전체 미납 추징금은 2만1852건에 25조453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90%가 넘는 22조9469억원은 분식회계로 유죄를 확정받은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과 임원들의 연대 추징금이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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