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블록이 탄생했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과 3위 일본이 주도하고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5일(이하 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됐다.
TPP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교역 규모만 10조 달러, 역내 인구는 8억명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역내 GDP는 2014년 대비 24% 확대되고 인구도 5% 늘어난다. 이같은 TPP는 중국의 경제적 팽창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일의 '신(新)경제동맹'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은 난감해졌다. 뒤늦게 합류의사를 밝혔지만 기존 당사국간 협상 지연을 이유로 창립 멤버에는 끼지 못했다. '2기 멤버'로 합류하면 미국, 일본 등이 이미 짜놓은 판에서 불리한 협상이 예상된다.
미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브루나이 등 총 12개국이 TPP 창립 멤버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TPP 12개국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쟁점 사안을 타결짓고 TPP에 최종 합의했다. 지난달 30일 개막해 일정을 나흘 연장하는 진통 끝에 곧 최종 합의에 이른 것이다.
현지 미국 정부 관계자는 "TPP 12개 당사국들이 중요한 쟁점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TPP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자동차 부품 및 농산물 관세 부분에 합의했다. 일본은 미국쪽에 수출하는 80% 이상의 자동차부품 관세가 TPP 발효 즉시 철폐된다. 완성차에 부과되는 관세(2.5%)는 30년에 걸쳐 철폐된다. 미국이 최대 수출국인 일본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등은 일본 대미 수출의 40%를 차지한다.
대신 일본은 쌀 수입에서 한발 물러섰다. 당초 무관세로 수입하는 미국산 쌀 수입물량을 5만t 선으로 잡았지만, 앞으로 13년 내에 단계적으로 연간 7만t 수준까지 늘린다. 호주산 쌀 수입물량은 연간 6000t 규모에서 향후 13년차부터 8400t으로 늘린다. 또 미국과 호주가 대립했던 쟁점인 신약 특허보호기간은 절충안인 '사실상 8년' 으로 접점을 찾았다. 협정 상으로는 5년으로 정하되 각국은 기존 제도로 사실상 8년까지 의약품 특허를 보호하도록 했다. 당초 미국은 자국 제약산업 15년을 고집했고, 호주 등 다른 국가들은 5년으로 단축할 것을 요구했었다.
이번에 TPP가 타결되면 올해 안에 협정문을 만들어 각국이 서명한다. 각국 의회에서 비준을 거쳐 내년 중에 발효된다.
한편, 한국 정부는 TPP 합류에 대해 "국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TPP 가입은 향후 우리 경제와 산업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우선 이번 TPP 타결 내용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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