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삼국도 본떠 제작 임시방편 스티커 땜질 그마저도 떨어진지 오래 박물관측 "아이들 장난"
일본인 몰리는 명소인데 박물관측은 안일한 대응
국립부여박물관 한 관람객이 촬영한 제3전시실 입구의 안내지도. 임시방편으로 붙여놓은 독도 모양의 스티커가 떨어져 그 자리가 흰점처럼 보인다.(붉은색 점선 원) '해동삼국도'를 본 떠 제작된 안내지도는 5m×2m34㎝ 규모로, 지난해 8월부터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독도' 소유권 주장으로 한·일 양국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한 국립박물관에 울릉도와 독도가 표시되지 않은 대형 지도가 안내용 전시보조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물관측은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 스티커를 이용해 울릉도와 독도를 표시했으나 이마저 독도 스티커가 떨어진 상태로 상당 기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시방편 스티커마저..
6일 국립부여박물관과 관람객 등에 따르면 부여박물관은 백제의 대외교류를 설명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해동삼국도' 이미지를 본 뜬 지도를 제작, 제3전시실 출입구 인근 벽면에 설치했다. 전시보조물은 5m×2m34㎝(가로×세로) 규모로, 당초 박물관측은 독도와 울릉도가 누락된 지도를 만들었다가 임시방편으로 독도와 울릉도 스티커를 붙인 것이다. 제3전시실은 국보 293호인 금동관음보살입상 등 백제 불교문화재가 다량 전시돼 관람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부여박물관은 백제시대 유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백제와 일본 교류에 관심 있는 일본인들이 외국인 관람객 가운데 가장 많다. 실제 독도 스티커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올 7월부터 9월까지 일본 관람객은 1090명이다. 같은 기간 중국인 관람객 62명, 미국 238명, 유럽 38명에 비해 압도적이다. 국내 관람객도 20만여명이 다녀갔다.
■항의전화로 확인…아이들 장난?
박물관측이 독도 스티커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달 25일 항의전화 때문이었다. 제보자는 '외국인이 많은데 지도에 독도가 없으면 문제가 있다. 조치를 취해달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측은 스티커를 재부착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전시실에 (관리 인원이) 1, 2명 있지만 몰랐다"며 "아이들이 장난으로 뗀 것으로 추정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박물관 내부 합의 결과 이 지도가 현실적으로 동아시아 정세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도(原圖)에도 독도와 울릉도가 없어 스티커를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조물을 바꾸거나 독도와 울릉도를 새겨 넣는 방법은 보조물 자체가 커서 다 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재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얇은 소재의 스티커를 부착했다"고 털어놨다.
■"사건 경위 철저 조사해야"
박물관측이 울릉도와 독도가 없는 지도를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고지도 중에는 한.중.일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 울릉도.독도가 표기돼 있는 지도가 여럿 있다"며 "국립박물관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뺀 지도를 사용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독도살리기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독도와 울릉도를 빼놓고 현실을 가장 잘 반영했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며 "일본의 독도 도발이 문제인 시점에 국립박물관에서 한참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국립박물관에서 국민 정서에 반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사건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김규태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