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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생존게임, 여야 떠나 권역별 다툼

선거구획정 결정 앞두고 의석수 줄게 되는 영호남 "우리지역 없애면 안돼" 

내년 20대 총선의 선거구획정이 여야간 첨예한 대립으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 가운데 지역구 수를 놓고 권역별 생존게임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선거구획정이 '제로섬 게임' 양상을 띄면서 영남, 호남, 충청, 강원, 경북 등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총선 때만 되면 해묵은 지역구 생존 싸움에만 치중하면서 정치권이 '제몫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대구·경북(TK) 및 충청권 등을 비롯해 지역 의원들이 잇따라 모임 등을 갖고 지역 선거구를 지키기 위한 단체 행동에 나서면서 '정치적 님비(NIMBY) 현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지역 의원들의 권역별 모임이 활발히 이뤄지는 등 하루종일 지역별 소모임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이병석 위원장,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의 대구·경북(TK) 의원 10여명은 국회 인근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경북 지역의 농촌선거구 감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새누리당 충청 의원들도 이날 오후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충청권 의석수 증설 관철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전북.전남 지역구 의원들은 지난 2일 문재인 대표를 찾아가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농어촌이 밀집한 호남지역 의석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당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역구 사수를 위해 손잡았던 영·호남 의원들은 분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농어촌을 배려해달라"고 외치며 연대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의 246석 시뮬레이션 결과 영남은 3석, 호남은 5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해당 지역 의원들은 각 권역에서 한 석이라도 감소폭을 줄이기 위해 선거구획정위 논의 단계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300명으로 사실상 고정된 국회의원 정수내에서 어디선가 의석이 늘면 다른 곳에서는 반드시 줄여야 하고, 농어촌에 일부 의석을 배려하기로 결정할 경우 과연 어디서 가져갈 지를 놓고도 치열한 권역별 다툼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선거구획정위가 지역구 의원수를 246석 현행 유지로 맞추려다보니 '사라져야만 하는 선거구의 총량'을 어디서 채울지를 놓고 지역별로 경쟁할 수밖에 없게된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국회 차원에서 명확한 기준을 마련, 지역간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선거구획정 과정에서 지역구수가 줄어들 수 있는 지역구가 반발하는 현상은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선거구 조정은 전체적인 선거제도 변화이며 민주주의 틀 중에 하나를 바꾸는 과정이다. 민주주의가 100%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만큼 합의된 사항에 대해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개특위가 중심이 돼서 (선거구 획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나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의 반발에 계속 휘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요청으로 긴급 회담을 갖고 선거구획정을 논의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별 소득없이 헤어졌다. 다만 13일 오전까지는 기준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데만 의견을 같이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