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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더이상 늦춰선 안된다] (2) 조선소 퇴출·합병으로 숫자 줄여야.. 지금이 마지막 기회

(2) 부문별 현황과 과제 1. 조선·철강업종
조선업종
위탁경영식 '짝짓기'로는 한계 공급과잉 근본 해결책 필요 日 6개 조선소로 숫자 확 줄여 수주 개선, 규모의 경제 성공
철강업종
수요 부진, 가격 하락으로 위기 중국산 철강재 이미 세계 석권 업계 구조조정 성공하려면 정치권·외부 압력 차단돼야

[구조조정 더이상 늦춰선 안된다] (2) 조선소 퇴출·합병으로 숫자 줄여야.. 지금이 마지막 기회

"조선업종 구조조정은 시장 논리대로 돼야 한다. 그간 위탁경영 등을 이유로 정말 퇴출된 조선소가 몇이나 있나.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서 당초 계획이 결국 유야무야된 경우가 허다했다. 숫자를 대폭 줄여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고 배워야 하는 시점이다."

조(兆)단위 손실의 끝이 보이지 않는 조선업 실상을 보며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업계 내부에서도 "지금이 회생의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조선소와 중·소형 조선소 간 위탁경영식의 '짝짓기' 방식으로 사태를 모면할 것이 아니라 업황 악화의 단초였던 공급과잉 문제에 대한 근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중소형 조선소에서 시작된 부실은 대형 조선소로 확대됐고, 남은 손실 규모도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업계 위기감은 최고조다. 부실 조선소 퇴출 저지 근거가 됐던 고용, 지역경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남은 과제가 되고 있다.

■치킨집 생겨나듯 많아진 조선소

조선업계는 지금의 산업 위기를 '공급과잉→수주경쟁→저가수주'로 야기된 동반부실에서 찾고 있다. 국내 조선소는 2006년, 2007년 업황 호황 국면에서 우후죽순 늘어났다. 처음부터 조선소 설립이 목적이 아니었던 업체들도 조선소에 블록을 납품하면서 조선소로 변모한 것이다. 당시 부산·통영·거제 지역에선 '치킨집 생겨나는 것 만큼 눈에 띄는 것이 조선소였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이후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수주경쟁이 치열해져 조선업계는 저가수주 늪에 빠져들었다. 해외 발주에서 국내 조선소끼리 수주싸움을 벌이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치렀다. 그러다 수주급감이라는 불황기가 닥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재기 발판을 쉽게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저가수주 경쟁으로 일부 중소업체는 폐업으로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채권단 관리 등으로 연명하는 조선소도 상당수 있다는 의견이다.

■일본·중국은 숫자 줄이고 내실 다져

한국 조선업체들이 과잉공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안 일본과 중국 조선소는 합병 등으로 숫자를 줄여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일본 조선소의 경우 6개 조선소로 숫자를 확 줄여 규모의 경제에서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수주도 개선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월별 수주에서 한국과 중국을 넘어 세계 1위 자리를 두번이나 차지했다. 일본 조선소가 1위 자리를 찾은 것은 10여년 만의 일이다. 과감한 인수합병(M&A) 등으로 내실을 다진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역시 중소 조선소를 대거 퇴출시키며 대형 조선소 중심으로 합병이 적극 진행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 논리라는 주장도 있다. 한 조선소가 한 지역에서 차지하는 지역경제 비중이나 고용유발 효과 등을 감안해 지원을 통한 회생방식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울산, 거제, 통영 등 지역구 관련 정치인들이 개입해 시장경제 논리를 막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발 쇼크 치명적인 철강업

철강업계 역시 중국의 수요 부진, 침체기인 전방산업, 철강재 가격하락 등으로 이미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특히 중국산 철강재 수입에 따른 타격은 업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중국산 철강재는 전 세계에서 독보적 1위다. 철강재 수입 세계 1위인 미국의 경우 수입품 중 중국산은 400만t이었지만, 국내의 경우 1300만t이었다.

중국산은 봉형강류 등 값싼 품목에서 냉연, 아연도금 등 고급강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못, 철망 등 연강선재 관련 가공산업에서도 이미 중국산이 시장을 잠식했다. 스프링 등 고급 가공제품도 안정권이 아니다.

이런 중국산 유입은 국내 업체들의 가격위주 구매전략에서 기인한다. 철강재 주요 수요처인 건설사나 조선사들은 해외 저가재를 구입해 원가 절감 목표를 맞추는 것이다. 부적합한 철강재는 대형 사고의 씨앗이 됐다. 지난해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나 2013년 7월 삼성정밀화학의 물탱크 폭발사고 원인도 부적합한 철강재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 국면 속에서 급락한 철광석, 스크랩 가격도 업계 위협 요인이다. 이런 외부 여건 속에서 업계는 자산을 팔고, 부진한 사업은 철수시키는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는 중이다. 동국제강은 서울 본사 사옥을 매각한데 이어 가동을 중단한 포항 2후판 공장도 매각을 적극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2017년까지 국내 계열사 절반을 없애고, 해외사업 30%를 줄이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업계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두려면 정치권이나 외부 압력이 차단돼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발표하는 쇄신안을 보면 굉장히 이상적이다. 이게 실현만 된다면 최상이다. 그럴려면 문제는 정치권이다. 일절 간섭이 없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철강업계는 정부가 수입과잉을 조절해 국내 시장을 보호해달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정확한 수입 통계와 국내 기업들의 피해 규모를 정부가 직접 조사해 조치를 취해 달라는 의견이었다. 신현곤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철강업종이 다시 살기 위해선 무역구제조치, 기술장벽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원산지 관리 규정이나 KS제품 위조에 대한 처벌 조항이 강화돼야한다"고 제안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