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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75) 서울동물원 병리·방역총괄 이현호 팀장

동물 백신주사는 손 대신 입으로 불어서 놓는답니다
구제역·AI 등 유행 땐 관람객도 소독터널 통과해야
치과에서 쓰는 약이라 안전 귀찮다고 지나치지 말았으면..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75) 서울동물원 병리·방역총괄 이현호 팀장
서울동물원 방역팀이 동물들에게 블로우 파이프로 구제역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서울동물원 업무 중 방역은 최전선으로 표현된다.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전염병이 한 번 발생하면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역을 위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통제는 때로는 많은 불만과 비판 대상이 되기도 한다. '표 안나고 욕먹는 자리' '일 터져야 보이는 자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동물원 병리·방역총괄 이현호 팀장은 "방역의 기본은 통제지만 많은 이들이 관람하는 동물원이다 보니 어느 수준에서 해야 할지가 늘 고민이다"며 "숨어서 하는 일"이라고 웃었다.

동물원 관리지역에 들어가려면 차량 소독은 물론이고 탑승자도 차에서 내려 소독을 해야했다. 현재 관리구역은 차량소독과 대인 소독, 관람객은 소독포를 밟는 정도지만 질병 발생 시에는 차량 내부 소독은 물론이고, 아예 동물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실제로 2011년 구제역과 AI으로 한달간 폐쇄한 바 있다. 서울동물원 폐쇄는 개원 이래 처음이었다.

그는 "개원 이래 최초다 보니 긴장감이 컸다. 서울동물원은 구제역 대상인 대형 초식동물들이 절반 면적을 차지한다. 그 동물들이 만약 전염되면 동물원 반이 비는 것"이라며 "최대 위기였다"고 털어놨다.

이 팀장은 "AI 등이 유행할 때 관람객들도 예방 차원에서 소독 터널을 지나도록 했다. 소독약은 치과에서 쓰는 안전한 약이다. 그런데 반발이 제법 있었다. 한 임신부의 경우 소독약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말에도 '책임질 수 있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저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하고 지나가기도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물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잡아서 주사를 맞힐 수 있는 동물은 몇 안되다 보니 입으로 불어 쏘는 형태의 블로우 파이프를 이용해야 한다. 구제역 백신을 접종을 시작한 2011년 1월은 영하 10도 이하의 한겨울.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쯤 됐다. 그러다 보니 추위에 약이 얼고 주삿바늘 끝도 얼어 약이 투입이 안되는 일도 벌어졌다. 기린같이 긴 동물들은 손이 안닿아 작대기 같은 걸로 하다 보니 놀란 동물과 부딪혀 얼굴 찢어지고 옆구리 받쳐서 치료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이 팀장은 "구제역 백신 접종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처음이다 보니 우리도 힘들었고 동물들도 힘들었다"며 "지금은 익숙해졌고 일년에 4, 10월 두 번씩 하다 보니 동물들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운 좋게도 서울동물원 방역이 아직 뚫린 적은 없다. 동물들을 밀집 사육하지 않는 좋은 환경이고, 집에서 키우는 가금이 아닌 만큼 큰 위험은 없다고 보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며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머지는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