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근본주의 과격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서방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석유를 기반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날 르포기사를 통해 IS가 중동 국가들의 국영석유회사를 본보기로 점령지역 유전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점령지 통치형태는 철저한 분권화에 기초하고 있지만 석유만큼은 중앙 지도부가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 8월 이후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1만600회 출격해 공습했고, 이 가운데 196회 공습이 IS의 석유시설에 집중됐지만 석유생산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IS가 생산한 석유는 역설적이게도 IS와 전투를 벌이는 이 지역 반군들을 포함해 주민들이 주요 소비자여서 IS 대원들과 섞여 있는 수많은 민간인들을 상대로 공습을 감행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역 석유중개상들과 기술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서방의 공습에 아랑곳없이 IS가 장악한 지역의 석유생산은 하루 3만4000~4만배럴에 이른다. 배럴당 20~45달러에 거래돼 IS는 석유를 팔아 하루 평균 150만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는 세력이 크게 꺾인 알카에다와 세력을 넓히고 있는 IS의 근본적인 차이점이기도 하다.
알카에다는 부유한 외국인 무슬림들의 기부에 의했지만 IS는 점령지역의 석유를 독점하고, 이를 팔아 전쟁도 하고 점령지역 통치도 한다. 마오쩌둥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IS의 경우에는 석유에서 권력이 나오는 셈이다.
IS는 2013년 시리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줄곧 석유를 가장 기본적인 전략수단으로 삼아왔다.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부상하고, 칼리프 제도도 갖춘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전략수단이다보니 중앙지도부가 직접 통제하고, 산하 비밀경찰인 암니야트가 유전지대를 관할한다. 석유판매 수입이 다른 곳으로 빠지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한다.
유전지대 운영은 사우디 아람코 같은 국영 석유회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IS내 석유 전문가들로 구성된 순회위원회가 각 유전을 돌며 생산을 감독하고, 노동자들의 의견도 듣는다. 또 IS 대원 가운데 사우디 등 중동지역 석유회사 경력을 갖춘 이들을 유전시설 최고 관리자인 '왕자'라는 뜻의 '에미르'로 지명해 이들을 통해 관리한다.
아울러 높은 급여 등으로 꾸준히 석유기술자들을 끌어들인다.
덕분에 유전지대를 장악하면 곧바로 석유 관련 인력이 투입돼 다음날부터 석유를 뽑아올리는 체제가 갖춰져 있다.
이라크 북부 지역의 모술과 이라크 키르쿠크 지방의 유전지대인 아질, 알라스를 점령한 이튿날 IS는 유전을 확보하고 곧바로 기술자들을 보내 석유생산을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IS는 곧바로 석유생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관련 인력, 기술자들이 포진해 있다.
IS는 지난 4월 아질과 알라스 유전지대를 이라크군에 다시 뺏길때까지 10개월간 4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FT는 그러나 IS의 행운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방과 러시아까지 포함된 공습이 계속되고 있고, 유가 폭락으로 수입도 줄어드는데다 무엇보다 노후화된 시리아 지역 유전지대가 고갈되고 있어 석유생산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 석유메이저들은 이를 보완해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만 IS는 그렇지 못해 석유를 기반으로 한 IS 전략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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