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배모씨(27)는 학교 인근 음식점 주인에게 최근 '도둑X'소리를 들었다. 배씨는 음식을 함께 먹은 친구들에게 현금을 받아 본인이 한 번에 카드로 결제하려 했다. 업주는 친구들 돈은 현금으로 계산하고 배씨 것에 대해서만 카드 결제를 요구했다. 배씨가 요구를 거절하자 업주는 '완전 도둑X'이라며 공짜로 준 공깃밥까지 계산할 것을 요구했다. 배씨는 기분이 상했지만 업주 요구대로 현금과 카드로 각각 계산했다.
음식점·옷·신발 가게 등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공공연히 현금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 현금 가격과 신용카드 가격을 달리 정해 놓고 카드로 계산하면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 등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탈세다.
■현금 OK, 카드 NO…탈세 11조원 웃돌아
15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영업자들은 1인당 평균 207만원의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자영업자 수가 약 565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소득세 탈루 규모는 11조69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해 발생한 세수결손이 10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이 탈세한 세금만 거뒀어도 지난해 세수결손을 상쇄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자영업자들의 탈세 방법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현금 결제시 가능한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도, 카드로 결제하려 하면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다.
실제 서울 노량진의 대형 음식점에서는 한 장에 4500원인 식권을 '현금특별할인'으로 10장을 3만9000원 등에 판매하고 있었다. 강남 고속터미널역 지하쇼핑몰에서는 1만, 2만원 등 옷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지만 카드를 제시하면 추가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속터미널역 한 프랜차이점 화장품점 직원 장모씨(31)는 "프랜차이점을 빼고 자영업하는 사람들은 거의 현금가와 카드가를 다르게 받는다"고 전했다.
현금을 받을 경우 자영업자들은 매출 누락을 통해 부가가치세(10%), 종합소득세(6~38%), 주민지방세(소득세의 10%), 카드 수수료(1.5~2.2%) 등을 내지 않을 수 있어 이득이다. 미끼 가격에 구매를 결정했던 소비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행정력 부족, 단속 힘들어"
고속터미널에서 옷을 산 김모씨(32)는 "4벌에 4만원인줄 알았는데 카드는 한장당 2000원씩 추가 비용이 숨겨 있어 속은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반포동의 한 아파트 거주민 김모씨(32)는 "집 앞 세탁소는 카드를 내면 카드리더기가 고장났다며 찾아갈 때 정산하라고 시킨다"면서 "내 돈 내는데 항상 구박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탈세 행위가 의심되지만 단속은 힘든 실정이다.
세무당국 한 관계자는 "현금은 국세청 전산에 포착되지 않는다"며 "현금가만 제시하고 카드가를 높게 받는 경우는 세금을 탈루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업종에 관계 없이 신고가 가능하고 탈세하면 현행법상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예병정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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