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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정윤석 교수팀, 전고상 리튬이온전지 에너지 밀도 획기적 향상

고온에 취약한 리튬이온배터리의 단점을 해결해 100℃ 이상에서도 터지지 않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존 액체 전해질 대신 쓸 수 있는 '고체 전해질'이 개발된 덕분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전기차의 안정성을 월등하게 높일 수 있다.

28일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에 따르면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정윤석, 이상영 교수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영기 박사 공동 연구팀은 '유무기 하이브리드 고체 전해질' 제조법을 개발했다.

이 전해질로 만든 '전고상 리튬이온전지(all-solid-state lithium batteries)'는 에너지 밀도 등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정윤석 교수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이 모두 고체인 전고상 리튬이온전지는 궁극의 안정성을 갖기 때문에 '차세대 전지'로 각광받고 있다"며 "일본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Sulfide Solid Electrolyte)을 적용한 전고상 리튬이온전지로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2020년까지 상용화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리튬이온전지는 '유기계 액체 전해질'을 쓴다. 그런데 이 물질은 가연성(flammable)이 있어 고온에 취약하다. 이를 무기계 고체 전해질로 바꾸면 열적 안정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가루 형태인 고체 전해질 입자 간 접촉면에서는 리튬이온이 지나다니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전고상 리튬이온전지의 상용화가 어려웠다.

정윤석 교수팀은 이온 전도도가 뛰어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에 값싸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열적 안정성이 뛰어난 '솔베이트 이온성 액체(Solvate Ionic Liquid)'를 미량 조합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우수한 이온 전도도와 열적 안정성을 모두 잡은 것이다.

정 교수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일반적인 유기계 액체 전해질과 반응하기 때문에 서로 조합될 수 없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 해결했다"며 "전고상 리튬이온전지뿐 아니라 리튬-황전지 등 다양한 전지 분야에서 중요한 발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1저자로 논문에 참여한 오대양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액체 전해질은 리튬염과 극성유기용매로 구성되는데 극성유기용매가 고체 전해질과 반응하게 된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액체 전해질 속 리튬염의 농도를 조절해 극성유기용매가 고체 전해질과 반응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두 물질을 조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유기계 액체 전해질 분야, 리튬-황전지 분야의 기술을 전고상 전지에 접목한 융합연구의 사례다.

고체 전해질에 미량의 이온성 액체를 첨가하는 방식이라 공정 단계가 단순하고 제작 단가도 낮출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고상 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며 "전고상 전지뿐 아니라 고체 전해질과 액체 전해질을 함께 적용하는 새로운 종류의 전지 개발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1저자인 오대양 연구원이 평소 다양한 분야의 최신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전기화학의 개념을 연구에 접목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오늘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1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며, 속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이 저널은 피인용지수 16에 JCR(피인용지수리포트)에서 선정한 2014 세계적인 과학논문 Top 7%에 4위로 선정된 바 있다.

kky060@fnnews.com 김기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