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 전문가들 "육류 순기능 무시한채 발암가능성에 초점 둬"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소시지 등 가공육을 술·담배·비소 등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붉은 고기는 2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육가공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육류 과잉섭취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뿐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28일 식품영양 전문가들은 "육류가 암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논문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면서 "일부 성분만으로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발표로 5대 필수영양소 중 하나인 단백질 공급원인 육류의 순기능은 무시한 채 발암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춰 무조건 섭취를 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인다.
앞서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석면과 같은 발암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붉은 고기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IARC는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로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로 인해 소비자들의 육류 섭취 단절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육류를 과잉 섭취하는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모든 식품에는 발암물질이 약간씩 포함돼 있다"면서 "발암가능성이 있다고 무조건 가공육과 붉은 육류 섭취를 피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식습관에 따라 적절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WHO 발표대로 매일 가공육 50g을 섭취할 경우 연간 섭취량은 18.3㎏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육가공품 소비량은 4.4㎏에 불과하다.
독일의 연간 1인당 육가공품 소비량은 30.7㎏에 달한다. 일본(6.1㎏) 섭취량이 우리보다 많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도 45㎏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80㎏의 56% 수준에 불과하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식품안전연구원 원장)는 "이번 발표는 육류가 '해저드'(위험요소)임을 밝힌 것이지 '리스크'(위해가능성)를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발암물질로 분류된 햇빛에 빗대어 "햇빛도 1급 발암물질인데 햇빛을 쐬지 말라고는 안한다"면서 "즉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니 육류를 먹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그는 "육류는 단백질 공급원인 만큼 안 먹을 수는 없다"면서 "섭취량을 조절하는 등으로 식습관을 바꿀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WHO의 발암물질 분류에 따라 가공육과 붉은 고기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평가하고 섭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전문가 자문단을 꾸리기로 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1일 가공육 권장섭취량 및 주당 권장섭취량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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