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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車 실도로 배출허용기준 확정, "현재 수준은 대부분 탈락"

유럽연합(EU)이 경유차 실도로조건 배출가스 농도를 2017년 9월(기존 인증차 2019년 9월)부터 현행 시험인증 모드의 2.1배, 2020년 2월 시점(기존 2021년 1월)엔 1.5배로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허용기준(RDE-LDV)을 확정했다.

우리가 한-EU 자유무역협정에 의거해 EU와 똑같이 국내 경유차 실도로조건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얼핏 완화로 보이지만 실제 도로를 운행하면 평균 2.5배~최대 4배까지 환경오염 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자동차업계 입장에선 없던 새로운 규정이 생긴 것이다.

정부는 현재 자동차제작사의 기술로는 대부분 허용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용기준 통과에 실패해 인증을 받지 못하면 아예 경유차는 만들지도, 팔수도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29일 "EU집행위원회가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경유차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최종 확정했다"면서 "우리도 EU와 동등하게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유차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은 시험모드의 2.1배 혹은 1.5배 만큼 강화된다. 시험모드는 질소산화물(NOx)을 0.08g/km까지만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따라서 2017년 9월부턴 0.168g/km, 2020년 1월엔 0.12g/km가 NOx 배출허용기준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시험모드보다 배출할 수 있는 양이 많아졌다고 해도 아직 기술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 유럽 공동연구센터(EC JRC)는 유로5형과 유로6형 경유차의 경우 도로에 운행할 때 허용기준보다 평균 250%, 최대 400% 많은 NOx를 배출하고 있다고 발표했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도 올해 6월 국내 경유차의 NOx 배출량이 표준 실험실조건과 견줘 약 2.8배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기술력으론 대부분 자동차제작사들이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 기준을 넘어설 수 없으면 인증서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 자동차제작사는 2017년 9월부터 우리나라와 EU에서 해당 차량을 판매는커녕 제작할 수도 없다.

EU와 우리는 그동안 시험모드만 통과하면 인증서를 내줬다.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은 수년간 논의를 거쳐 이번에 처음 만들어 진 것이다. 미국도 폭스바겐 사태 이후 최초로 실도로조건 시험에 들어갔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 경유차의 NOx배출 수준이면 대부분 실도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서 "2017년 9월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작사는 자연스럽게 도태할 수밖에 없게 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EU의 경유차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이 확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대기법시행규칙, 환경부 시험고시 등 관련 규정 개정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경유차 실도로조건 배출가스 관리제도' 입법화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환경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와 EU는 2020년까지 NOX 배출허용기준을 보다 강화된 시험모드 수준(0.08g/km)까지 맞출 것"이라며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 확정은 경유차 배출가스 관리 개선에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력으론 실도로조건 배출허용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아직 2년이나 남아있어 변화된 기준을 충족시키기엔 충분하다"면서 "차근차근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오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