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발생한 집단적인 호흡기질환 환자가 확산되고 원인규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호흡기질환 환자는 지난 29일 31명에서 30일 낮 12시 현재 45명으로 14명이 늘어나며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건국대 서울캠퍼스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에서 발생하고 있는 발열 및 호흡기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세균 및 바이러스 병원체 16종에 대한 인체 검체 검사결과, 특이적인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환자가 주로 이 건물 면역유전학실험실, 동물영양학자원실험실, 가금학 실험실 등 실험실 3곳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찾지 못한 상태다. 보건당국은 증상의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기까지 검사가 1~2주 이상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외에 혈청 내 항체 검사(브루셀라, 큐열, 레지오넬라)에서도 양성으로 확인된 환자는 없는 상태로, 이에 대해서는 3주 후 2차 검사(회복기 혈청검사)를 통해 재확인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발열 및 폐렴 증상을 보인 환자는 이날 낮 12시 현재 45명으로 전날보다 14명 늘었다. 이 중 흉부방사선상 폐렴 소견이 확인된 34명은 의심환자로서 7개 의료기관에 분산돼 격리치료를 받고 있고 발열, 근육통 등과 가벼운 폐렴 증상이 보이나 현재까지 확인된 34명의 의심환자 중 중증 사례는 없었다. 이 외에 현재 자택에 머물고 있는 11명은 흉부방사선 검사 시행 후 의심환자 해당 여부 및 입원치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보건당국은 해당 건물 출입자에 대한 관리체계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건국대로부터 제공받은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 근무자 및 출입자 명단을 기초로 발열 등 증상이 있을 경우 자진 신고토록 연락체계를 가동했으며,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09)를 통해 개인별 증상 발생 여부를 일일 2회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 25일 SK그룹 공개채용시험 수험자 약 500명에 대해서는, 일회성 노출자로서 개인별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이상증상 발생 시 자발적 신고(109콜센터)를 유도하는 체계를 계속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현장 역학조사반의 조사 결과 5층의 실험실 근무자에서 의심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해당 건물 근무·출입자에 대해 해당 실험실 근무자, 인접 실험실 근무자 및 다른 층 근무자 등 세부적으로 분류해 조사해 나갈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에 대해 역학조사를 통한 정확한 원인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려대 의과대학 송진원 교수는 "한티바이러스(쥐)나 조류인플루엔자처럼 바이러스가 변이돼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사례는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례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역학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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