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정책금융 기능 강화
국내 IB 해외채 발행주관 SOC 채권 시장조성 역할
AIIB 등 해외 PF 참여 미래성장동력기업 지원
금융위원회가 1일 내놓은 '정책금융 역할 강화' 방안은 KDB산업은행의 기능 개편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간 민간 금융회사와 시장 마찰을 일으켜 비판을 샀던 업무영역을 최소화하고 대신 민간 공급이 어려운 분야를 선도하고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정책금융 기능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또 산은과 IBK기업은행의 지원 중첩을 피하기 위해 성장단계에 따른 지원대상을 구분해 실효성 있는 정책금융을 실현하겠다는 금융위의 의지도 포함됐다.
■산은 역할 개편 '정조준'
금융위의 개편방안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투자은행(IB)업무 기능 재편과 산업구조조정 기능 강화라는 두 가지 업무를 축으로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해나간다.
특히 그간 민간회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했던 우량회사채 주관, 중소형 사모펀드(PEF) 등 업무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대신 국내 IB의 해외채 발행주관을 선도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채권의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하는 등 민간 주도가 어려운 분야의 업무에 주력하기로 했다. 대기업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문업무는 확대하되, 국내 IB가 역량을 갖춘 중소형 인수합병(M&A) 자문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하는 PEF 업무를 강화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에선 상업적 목적의 참여를 줄이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기구를 통한 해외 PF 참여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의 투자은행 업무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분야를 선도하거나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기능으로 바꿔 해외채 발행,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 중소기업 인수합병, 통일관련 사회간접자본, 사업재편 사모펀드에 국한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거 민영화 추진, 정책금융공사와 재통합 등을 겪으면서 산은의 정책금융 역할이 많이 위축됐다"면서 "그간 상업은행과 부딪혔던 업무능력이 정책금융으로 이관되면서 제대로 된 정책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산은은 경기민감.한계업종에 대한 '옥석 가리기' 작업을 통한 구조조정역할을 강화한다. IB 업무 축소로 발생한 유휴인력도 기업구조조정 등 업무로 재배치한다. 특히 경기민감에 대한 여신을 선제적으로 재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손병두 정책금융국장은 "산업경쟁력이 변화됨에 따라 필요한 산업에 구조조정을 하고, 향후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 산업에 지원이 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선·해운·건설·석유화학·철강 등 경기민감 산업에 대한 산업·기업은행의 대출규모는 55조4000억원으로, 이들 업종의 은행권 전체 대출 중 32.9%를 차지한다.
구조조정업무를 위해 산은은 신용평가부를 신설하고 산업분석부를 확대 개편해 기업에 대한 여신심사 체계를 구축하고 계열위험조기진단시스템, 심사정보통합시스템을 구축한다. 대규모 여신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과 정책금융기관 협의체 마련과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업무협업도 추진한다.
산업은행은 이런 개편안에 따라 여신심사 및 기업신용평가 부문, 기업구조조정 부문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년 초 전면적인 조직.인력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성장단계별' 지원시스템 구축
금융위는 이번 개편방안을 통해 정책금융기관 간의 중첩된 역할을 조정해 기업의 성장단계별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은의 지원대상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견.예비중견기업으로 전환하고, 기은의 창업.성장 초기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그간 '산은=대기업' '기은=중소기업'이란 공식에 얽매여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힘든 구조였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21조6000억원(35.0%)이었던 중견.예비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오는 2018년까지 30조원(50.0%)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9조1000억원에 비중 19.8%였던 창업.성장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2018년까지 15조원에 비중 30.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미래성장동력 기업 지원에 대해선 산은과 기은이 공동으로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
산은은 지난해 13조5000억원에서 2018년까지 20조원, 기은은 같은 기간 29조6000억원에서 33조원으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손 국장은 "향후 주력산업이 될 수 있는 미래성장 산업에서의 수요를 발굴해 정책자금을 지원하자는 취지"라면서 "정부에서 제시했던 13대 미래성장동력 산업을 중심으로 업계 등과 협업을 통해 수요를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5세대이동통신, 심해저해양플랜트, 스마트자동차, 지능형로봇,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실감형 콘텐츠, 맞춤형 건강관리, 재난안전관리 스마트시스템, 신재생 에너지 하이브리드시스템 등 9대 전략산업과 지능형 반도체, 미래 융복합소재, 지능형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등 4대 기반산업을 13대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발표한 바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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