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중에서도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으로 평가받던 아프리카가 중국발 악재에 침몰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이 원자재 수출에만 의존하다 체질 변화에 실패하면서 중국의 수입 둔화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지역경제전망보고서를 인용해 아프리카 중에서도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IMF가 사하라이남 4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석 결과 해당 지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3.75%, 4.25%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여전히 같은 기간 세계 평균보다는 높지만 2014년(5%)기록에 못 미친다. 특히 올해 성장률은 글로벌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4.1%)보다 낮은 값이다.
IMF는 침체의 원인이 원자재 가격 하락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유가가 급락하면서 사하라이남 국가들의 GDP 가운데 약 절반을 차지하는 8개 산유국의 피해가 심각했다.
FT는 IMF가 나이지라아와 앙골라 등 8개 산유국들의 올해 평균 GDP 성장률을 기존 7%에서 3.5%로 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설상가상으로 아프리카 원자재를 빨아들이던 중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면서 원유가 아닌 다른 원자재 수출국 역시 곤경에 처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하라 이남 국가 중 중국에 가장 의존한 국가는 시에라리온으로 전체 수출의 약 80%를 중국에 보냈다. 콩고, 앙골라, 잠비아 등 다른 국가들도 30~40%가 넘는 수출품을 중국으로 실어 보냈다.
FT는 올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가나의 예를 들며 가나가 금을 비롯한 금속 수출에 의존하다가 수요 감소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락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IMF에 따르면 철광석과 석탄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지난 2년간 40~60% 추락했다.
가나는 지난 2010년부터 원유를 생산했으나 여기서 얻은 수입 또한 공무원들의 봉급을 올리고 포퓰리즘 정책에 투입하면서 재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가나 등 사하라 이남 국가들은 결국 자본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이율이 높은 유로화 채권을 발행해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으나 환율 폭락만 초래했다.
FT는 비록 이들 국가들이 위기에 처했지만 막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사업 환경과 사회기반시설을 개선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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