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기둥인 제조업이 벼랑끝에 서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나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제조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 1.6%를 기록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1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4.0%)은 금융위기 때보다 낮았다. 물건 1000원어치를 팔아 세금과 비용을 빼고 막상 손에 쥔 돈은 40원에 불과했다. 기업 3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했다. 그 여파는 중소기업으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중소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2013년 33.5%에서 지난해 36.7%로 상승했다.
한국 경제의 주춧돌인 선도산업과 주력기업도 흔들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의 올해 적자가 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해온 조선 한국의 참담한 성적표다. 거칠 것 없었던 스마트폰의 성장세도 꺾이고 있다. 3.4분기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1조503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1% 감소했다. 포스코는 올 3·4분기에만 6500억원이 넘는 당기 순손실(연결 기준)을 냈다. 뒷걸음질 치고 있는 한국 제조업의 민낯이다.
반면 미국.중국.일본 등은 정부가 대대적인 제조업 지원책을 통해 투자.고용을 이끌어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과거 정권 못지않게 친(親)기업, 친성장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그에 힘입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자동차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기고 있다. 중국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그 최전선에는 '짝퉁' 대명사로 불리던 샤오미가 있다. 첨단 스마트기기로 중무장한 다양한 제품을 내세워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아베 정부는 미래투자 및 생산성 혁명 계획을 담은 '일본 재흥전략 2015'가 안착을 하고 있다. 도요타로 상징되는 자동차업체는 시장 다각화와 전문분야 집중 육성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갈라파고스 증후군'에서 빠져나오는 모양새다.
그러나 '메이드 인 코리아'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 품질과 가격으로 뚫을 수 있는 수출시장이 좁아지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기부진과 지속되는 일본의 엔저 등 대외환경 악화도 원인 중 하나다. 안으로는 극심한 내수부진과 소비감소 등으로 기업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그리스 사태를 한번 보자. 제조업 비중이 10%에 불과하다. 서비스업 비중은 76%에 이른다. 제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강성 노조는 정권을 좌지우지했다. 두 차례 구제금융 이후 시도한 구조개혁은 기득권 집단의 저항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제조업 부진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국민소득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성장 늪에 빠진 세계 경제는 혁신기업만이 승자가 되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제조업이 부활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주체 모두가 하나 되어 한국 기업 특유의 모험과 혁신 에너지를 다시 찾아야 할 때다.
그래서 철저한 산업구조 재편,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 혁파, 노동개혁을 통한 시장의 유연화,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 등을 일궈내야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는 이렇게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제조업 기반 없이 부국이 된 나라는 없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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