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올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 '미얀마'라는 국호가 '버마'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얀마는 군부 집권으로 등장한 명칭이며 수지 여사 등 민주화 세력은 버마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총선 관련 논평을 하면서 미얀마 대신 버마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선거 과정은 고무적이며 '버마'의 민주 개혁과정에서 중요한 걸음을 상징한다"고 논평했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하면서 "'버마'의 군사적·정치적 지도자들이 (선거 결과에) 귀를 기울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의 정식 명칭은 미얀마연방공화국이며 세계적으로는 미얀마와 버마라는 두 개 국명이 혼용된다. 이번 논평에서 미국이 굳이 버마라는 국명을 선택한 것은 수지 여사의 야당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군부는 버마라는 국명이 영국 식민지 시대의 잔재인데다 버마족만을 배려해 135개의 소수민족의 미얀마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수지 등 민주화 운동가들은 군부 세력이 과거의 잘못을 감추려고 국명을 변경했다는 입장이어서 버마를 선호한다. 국명 변경이 군사 정권의 독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주요 국제 인권단체들도 버마라는 국명을 사용한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미얀마 대신 버마를 공식 명칭으로 택했으며 유엔과 중국, 독일 등은 주권 존중 차원에서 변경된 국명인 미얀마를 사용한다. 미국 등 일부 서방 국가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미얀마를 국호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011년 이후 미얀마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면서 호칭 사용도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미얀마와 버마를 혼용해 사용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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