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패배 인정 분위기 의석 25% 할당받은 군부 영향력은 건재
25년 만의 미얀마 자유총선이 개표를 30%가량 마친 가운데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무려 9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며 압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군부에 25%의 의석을 할당하는 헌법에 따라 군부의 영향력은 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NLD는 미얀마 전체 14개 주 가운데 4개 주의 상.하원 의석 164석 중 154석(93.9%)을 싹쓸이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 하원 45석 중 44석과 상원 12석 전부를 차지했고, 에야와디에서는 하원 26석과 상원 12석을 모두 가져갔다. 바고에서는 하원 28석 중 27석과 상원 12석 전부를, 몬에서는 하원 19석 중 11석과 상원 10석 전부를 각각 차지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상원의원 선거결과로는 NLD가 100% 이긴 셈이다.
현재 선출직 상.하원 총 498석 중 164석(33%)의 개표가 완료됐으며 이 같은 추세는 나머지 10개 주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AP는 내다봤다. 이대로라면 NLD는 단독 집권의 마지노선인 67% 이상의 선출직 의석을 확보해 53년 만에 군부 독재를 종식시킬 수 있다.
반면 집권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현재까지 하원에서 단 3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사실상 최악의 상황이지만 군부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군부에 25% 의석을 할당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돼 있어서다. 또 미얀마에서는 헌법 개정 등에 대해서는 상·하원 정원의 4분의 3(약 75%)의 동의를 얻게 돼 있다. 의회에서 25%의 의석을 보유한 군은 헌법 개정, 주요 정책 입법 등에서는 이미 거부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군부는 또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3개 핵심 부처 장관 임명권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장관은 군 최고사령관이 임명하며 내무 장관은 정부의 행정 사항 전반에 광범위하게 간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이번 선거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심하고 있다.
군부는 1990년 총선에서 NLD가 80% 이상의 지지율로 압승하자 선거 결과를 무효화한 바 있다.
개표 초반인 현재 NLD는 90% 이상의 압승을 거두고 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USDP 세력이 강한 지방, 시골 등의 개표 결과가 다수 발표되기 때문에 단독 집권이 힘들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미얀마 국민은 군부나 정부가 부재자 투표 조작 등을 통해 선거 결과를 왜곡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으며 NLD 역시 10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속임수를 쓰려고 고의로 총선 결과 발표를 지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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