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大馬不死)'인 글로벌 대형은행들을 놓고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과 실패했다는 지적 속에 '글래스-스티걸법'의 재도입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글래스-스티걸법은 지난 1929년 발생한 미국 증시 폭락과 이어진 경제대공황의 원인이 상업은행들의 방만한 경영과 규제가 없던 것으로 지적되면서 실시된 금융개혁으로 서로 다른 금융업종간에 상호진출을 금지하기 위해 1933년에 제정됐다.
그러다가 지난 1999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그램-리치-블라일리법'이 나오면서 글래스-스티걸법 중 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증권 관련 업무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는 대형은행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하는 반면 씨티그룹 CEO를 지낸 존 리드는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다이먼은 12일(현지시간)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대형은행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해체시키면 중국 등 다른 나라가 대신 만들 것이며 이것은 미국 경제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유 자산이 2조달러(약 2327조원)가 넘는 JP모간이 전세계의 고객들을 위해 돈을 조달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은행 중 하나라며 이것은 대형 글로벌 은행들만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이먼은 외국에서 대형은행들의 자본과 두뇌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고 은행들은 국민과 기업을 포함해 그 나라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다이먼의 이 같은 글로벌 은행 옹호 발언은 최근 월가를 규제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대선 후보들이 늘면서다.
지난달 진행된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 버니 샌더스와 마틴 오맬리는 대형은행들을 해체시킬 수 있는 글래스-스티걸법의 재도입을 주장했다.
특히 월가의 강도높은 개혁을 주장해온 샌더스는 대형은행들의 리스크가 크며 투자은행 업무와 예금, 주택담보대출을 겸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드 전 씨티그룹 CEO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대형은행들은 실패했다며 글래스-스티걸법이 다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은행의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크게 두가지면에서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다른 분야를 통합시켜 기대됐던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운영이 예상을 빗나갔고 또 각기 다른 은행들의 '문화'가 융합이 안돼 금융업계가 더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리드가 오늘날 미국의 대형은행들의 탄생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지난 1984년부터 2000년까지 씨티 CEO로 재직하던 시절 글래스-스티걸법의 폐지를 위해 의회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집중적인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점이다. 리드는 당시 씨티와 보험업체 트래블러스그룹과의 합병을 위해 적극 폐지를 추진했다.
CNN머니는 글래스-스티걸법을 없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내년 미 대선에 출마를 선언한 부인 힐러리는 폐지가 금융사태를 유발하고 금융업계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으로 믿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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