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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성과급제 도입 움직임.. 지점장급부터 아래로 연봉제 확산 검토

자발적 체질 개선 나선 시중銀, 성과급제 도입 움직임
금융당국 성과제 도입 주문 업계 취지 공감·논의 활발 노조합의 등 해결 과제 산적

시중은행 성과급제 도입 움직임.. 지점장급부터 아래로 연봉제 확산 검토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성과급제 도입을 검토하며 자발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거듭되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대체로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노조합의, 기준 마련 등 많은 문제가 남아있어 성과급제가 실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현재 지점장.부지점장급 이상 등 제한된 범위내에서 연봉제 확산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개인 성과평가 기준 마련을 검토 중이다. 현재 행원급부터 부지점장급 직원에 대해선 집단평가를 통한 성과급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유점승 우리은행 부행장은 "성과급 제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고, 성과급으로 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보고있다"면서 "개인 성과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평가 제도 개편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를 내부적으로 하고있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올 연말 인사부터 당장 성과 위주의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지난 16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능력.성과 중심의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성과 중심 인사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방침은 임원 뿐 아니라 직원 인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예정이다. 농협금융지주는 2016년 승진인사에 임직원 개인 성과를 반영하는 방안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잠시 중단했던 '자가진단서비스'를 노조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다시 시행할 방침이다. 자가진단서비스란, 직원의 성과에 따라 평가등급을 1~7등급으로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고 본인만 자신의 등급을 확인해, 스스로의 성과를 진단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이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중단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자가진단서비스를 결국 성과주의라고 생각해 노조 반발이 거셌던 것"이라며 "현재 자가진단서비스에 대한 사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수정된 자가진단서비스를 내년쯤 시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일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취업박람회 자리에서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성과제를 동반하는 것이 맞다"며 "노사가 지혜를 모아서 효율성을 높여가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방은행도 동참했다. 부산은행의 경우, 오는 21일부터 3급이상 직원에 대해 연봉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성세환 BNK금융 회장은 "노조와 협의를 해서 내년부터 성과에 따른 연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면서 "전에는 입행을 하면 매년 호봉이 올랐지만 앞으로는 성과에 따라 급여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합의 등을 감안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각 은행권이 성과제 문화 확산 취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금융공기관이나 국책은행 등에서 성과제 확산에 따른 표준 모델이 나오면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산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국책은행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이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국책은행부터 나서서 성과제 도입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현재 정부는 방향성만 발표한 상황이고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논의가 구체화 되지 않았다"며 "차분하게 많은 논의가 필요한 일이다. 정부도 업무 분석을 해서 연내 가이드라인을 주겠다고 했으니 일단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