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대 직장인 여성의 고민과 애환을 1인칭 시점의 '내러티브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생리 휴가라 쓰고 무용지물(無用之物) 이라고 읽습니다'
사장님 '생리휴가'에 대해서 아시나요. 근로기준법 73조에 따라 사용자가 여성 근로자에게 월 1일씩, 무급으로 보장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입사 3년 동안 저를 포함해 아무도 이 휴가를 쓰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사장님은 '생리휴가'에 대해 전혀 모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회사 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아닌건 사실입니다.
지난해 유한킴벌리가 직장인 여성 1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생리휴가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또 생리휴가를 이용한 한 대부분의 직장인도 1년에 한 두번 사용에 불과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휴가를 쓰지 못하는 이유는 상사 눈치가 보여서(42%), 주위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서(36%), 남자 동료들의 눈치가 보여서로 조사됐습니다.
회사 상사들이 대부분 남성이어서 잘 모르시나 본데 여성에게 한달에 한 번 오는 생리통은 엄청난 스트레스이고 의학적으로도 질병입니다. 일차성 월경통의 경우 출산 시 산통과 유사하고 통증과 동시에 구토, 메스꺼움,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지만 실신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골반부터 아랫배까지 통증이 심해 잘 걷지도 못하는 편입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생리휴가'를 쓰고 싶지만 저희 부서에 있는 여성 동료들이 아무도 쓰지 않으니 쓸 엄두를 못내겠고 혹시나 눈치 없이 쓰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됩니다.
하긴 제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는군요.
대학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는 친구의 경우 매달 초 미리 근무 일정이 정해져 있어 한 사람이 쉬면 다른 사람이 무조건 나와야하는 구조라고 합니다. 심지어 "죽을만큼 아프지 않으면 쓰지 말라"고 말하는 선배 간호사도 있다네요.
또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지인 역시 생리휴가를 쓴다고 말했다가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그럼 수업은 누가 들어가느냐, 짬(연차)도 안되는게.."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10년 이상 연차를 가진 사람만 썼는데 '눈치'가 부족했던 탓이겠죠.
이렇게 우리 사회의 여성 근로자들이 아파도 참고 일하다보니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보면 '월경통(생리통)'으로 인해 진료받은 환자가 지난 2008년 약 11만 명에서 2014년 약 16만6000명으로, 최근 7년새 약 50% 증가했습니다. 수치도 거의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날'만 되면 아프고 힘이 듭니다. 그래서 생리 휴가는 여성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쩌다가 생리휴가가 사문화됐을까요.
답답해 고용노동부에 일하는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친구는 "생리휴가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으로, 근로자가 해당 기관을 신고하면 조사를 통해 사업주가 벌금(500만원)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년실업으로 일자리 구하기 힘든 시기에 아픈 날 하루 무급 휴가를 받기 위해 신고한다면 아마도 저는 일자리를 잃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장님도 딸이 있으신 걸로 아는데 딸 생각하며 여성 노동자들의 마땅한 권리를 인정해주셨으면 합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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