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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법조인]"테러방지 위한 형사법 정비해야"..헬렌 안 美 맨해튼 검사

[화제의 법조인]"테러방지 위한 형사법 정비해야"..헬렌 안 美 맨해튼 검사

【 용인(경기)=신아람 기자】 지난 9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예고하면서 남북한 관계가 경색됐다. 한국에서 파견근무 중이던 미국 검사는 초조해졌다. 평소 먹지 않던 컵라면도 몇 개 사뒀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은 위험하다며 돌아오라고 재촉했다. 막상 한국 사람들은 별다른 걱정이 없어 보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검찰청에서 한국 법무연수원으로 파견근무 온 헬렌 안 검사(41·사진)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다.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만난 그는 "테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괜찮겠지'라며 태연하다"면서 "미국도 2001년 9·11 비극을 겪고 나서야 '애국자법'이라는 테러방지책을 만들었다. 한국은 언제까지 기다릴건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인 부모와 함께 두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현지 고등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던 교사였다. 간혹 범죄에 연루된 한인 교포를 위해 재판 관련 번역일을 돕다가 검사의 꿈을 안고 로스쿨에 입학, 2004년 임용됐다. 법무연수원 파견 전에도 친척들을 만나러 한국을 종종 찾았다고 한다.

검찰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지낸 그는 1년 연수를 마치고 오는 28일 출국한다. 통상 연수는 6개월이지만 안 검사는 '한국의 디지털 증거수사'를 집중 연구하기 위해 1년으로 늘렸다.

안 검사는 한국의 형사관련 입법에 아쉬움을 표했다. 문제가 터진 뒤에야 만들어지는 미봉식 입법이라는 것이다. 검사에게 수사 도구를 적절히 보장하는 법 역시 미흡하다고 봤다. 54년간 개정되지 않은 증거법이 대표적이다.

기관간 협업이 부족한 점도 있다. 안 검사는 "미국 검찰에는 한국 법무부처럼 형사소송법 등 관련법을 연구하는 부서가 별도로 있다. 검사장이 연구 결과를 국회에 보내고 의견을 교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 국회와 검찰, 법원은 서로 적대적이어서 협의할 기회가 적어보였다"면서 "세 기관 모두 미국법을 따로 공부한다고 해서 살펴봤더니 틀린 부분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법 정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사법 신뢰도를 들었다.

안 검사는 "택시를 타고 출근할 때마다 기사분께 '한국 검사들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었더니 대부분 부정적인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믿지 않는 건 판사도, 국회의원도 같았다"며 "미국에서 검사는 '국민을 위해 수고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안 검사는 한국에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데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판사와 검사가 직접 배심원들의 말과 행동을 듣고 볼 수 있는 게 배심원 재판의 장점"이라며 "검찰도 공판업무능력을 키우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검사 입장에서는 법률 적용능력과 배심원에게 설명하는 능력이 다소 다를 수 있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위한 별도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순환근무와 밤샘근무에 익숙한 한국 검사들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지역검찰청은 별다른 사정이 없다면 평생 같은 청에 몸담지만 한국 검찰은 정기 인사 때마다 전국 순환근무를 한다. 안 검사는 "남자 검사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여자 검사들이 가족을 놔두고 지방근무를 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내장산과 제주도에 가서 한국이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열심히 일할게요."
hiara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