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힌 '동양사태'와 관련해 증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에 문제를 제기하며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오영준 부장판사)는 26일 개인투자자 장모씨 등 19명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6명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나머지 13명에 대해선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회사채 등에 대한 변제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원고들을 속여 투자약정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재판부는 또 김모씨 등 14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3명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옛 동양증권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지키지 않고 직원들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를 방임했다는 투자자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투자금액에서 이미 지급된 이자와 현금변제액, 출자전환주식 회수금액을 뺀 금액을 손해액으로 보고 이 금액 중 배상책임을 20∼80%만 인정했다. 금액은 25만원부터 최대 2500만원이다.
이들 투자자들은 동양증권이 판매한 CP에 투자했다가 지난 2013년 동양그룹 4개사가 일제히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동양사태'가 발생하자 투자했던 원금을 대부분 잃는 손해를 입었다. 그러자 "동양증권이 직원들의 불완전판매를 방임하고, 적극적으로 불완전판매를 조장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며 "상품 가입은 동양증권의 적극적인 기망행위에 의한 것이므로 취소할 수 있거나 무효인 만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조계는 이날 판결이 진행 중인 집단소송과 다른 민사소송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구성원 3200여명을 대리해 강모씨 등 20명은 "동양증권이 발행한 CP·회사채 매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동양증권과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동양그룹 계열사 전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현재 집단소송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차례 심문기일만 진행된 상태다.
증권 관련 집단 소송은 증권 거래과정에서 생긴 집단적 피해 구제를 위해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대표당사자가 나와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의 효력이 피해자 전체에 미치게 하는 일괄구제 제도다.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소송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일반 민사소송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번 집단소송에서 투자자들은 동양그룹의 '사기 발행·판매'에 초점을 맞췄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과 다른 투자자들이 먼저 낸 손해배상이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를 배경으로 이뤄지는 것과는 다르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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