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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무연고 시신 해부용 제공, 사전 동의없으면 위헌"

무연고 시신을 아무런 동의절차 없이 해부용 시체로 쓸 수 있도록 한 법률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6일 헌법재판소는 가족없이 혼자 살고 있는 A씨(53·여)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제12조 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이 법률 조항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의 처리를 광역자치단체장에 맡기면서 의과대학장의 요청이 있을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제공요청에 응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국민보건 향상과 의학연구 등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본인이 생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사후에 자신의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됨으로써 침해되는 신체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라는 권익이 공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면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 헌법소원 사건을 청구한 A씨는 미혼여성으로 부모는 이미 사망했고 형제들과는 30여년전에 연락이 두절돼 사실상 연고자가 없는 상황이다. 루프스라는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A씨는 우연히 자신이 숨질 경우 생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부용 시신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국선대리인 선임절차를 거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날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앞으로는 무연고자 시신이라고 해도 생전에 시신제공의사를 밝히지 않았거나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경우에는 의학교육용 시신으로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이날 헌재결정으로 해부용 시신이 더욱 부족해 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최근 5년간 제공된 무연고자 해부용 시신 제공은 단 1건에 불과하고 의과대학이 필요로하는 해부용 시체는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며 일부의 우려를 일축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