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근로시간 단축에 나섰다.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노동가능인구가 급감하면서 여성인력 채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대에 못미치자 칼을 빼든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등 '가족 친화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의 업무량과 악명 높은 야근 문화로 유명하다. OECD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주 50시간 이상 근로자 비중은 일본이 22%로 1위다. 이는 OECD 평균(13%)은 물론 '일 중독'으로 꼽히는 한국(19%)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WSJ는 유연근무제와 스마트폰·태블릿 등을 활용한 모바일 근무환경이 이 같은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베 정부 역시 일주일에 하루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을 현재 4%에서 2020년 10%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일례로 주류회사 선토리는 직원들이 사무실 밖에서 통신으로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활용하는 직원은 2010년 수십명에 그쳤지만 현재는 3000명 이상이다. 소프트웨어 회사 니혼유니시스는 지난 9월 전직원 8000명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회사 파일과 e메일을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업체인 닛산도 이 같은 분위기에 동참해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의 이야기일 뿐 일본 특유의 '아날로그 업무방식'이 장애물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위계서열을 중시하는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대세인 데다 여전히 종이문서로 하는 작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사무실 밖과 연계된 통신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은 11.5%에 그친다. 이는 경쟁국인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또 딜로이트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8~49세 일본인 중 스마트폰 보유자는 75%에 이르지만 스마트폰을 일과 연계해 쓰는 경우는 9%에 그쳤다. 이 보고서는 직장에 태블릿과 노트북을 도입하면 일본 경제가 약 15억달러 증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 게이단렌 첫 여성임원인 하루노 요시다 BT재팬 사장은 "아침에 준비하고 출근을 하는 데만 약 2시간이 소요되는데, 아침 두 시간 동안이면 노트북과 인터넷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느냐"면서 "특히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들에게 컴퓨터와 모바일 통신을 이용한 업무처리는 매우 요긴하다"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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