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한 은 나노와이어(silver nanowire)를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시켜 고성능 투명전극을 만드는 획기적 인쇄기술이 개발됐다.
특히 이 기술은 차세대 유연 투명전극 재료로 각광받는 은 나노와이어의 단점을 해소해 상용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일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에 따르면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고현협·김진영 교수팀이 은나노와이어를 원하는 기판에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인쇄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든 은 나노와이어로 제작한 투명전극은 표면이 매끄럽고 높은 전기전도성과 투명도를 가진 덕분에 태양전지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적용할 때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은 나노와이어는 단면의 지름이 나노미터(㎚) 단위인 아주 작은 선(線)으로 유연하면서 전도성이 뛰어난 물질이다. 이 특성 때문에 기존 투명전극의 재료로 쓰이는 '인듐주석산화물(ITO)'을 대체할 차세대 투명전극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플렉서블 터치패널이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대면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은 나노와이어 투명전극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기존 은 나노와이어 투명전극은 표면이 거칠고, 나노와이어끼리 접촉 저항이 컸다.
또 햇빛에 반사돼 뿌옇게 보이는 '헤이즈(Haze)' 현상도 나타나는 한계점이 있었기 때문에 산업계에서 은 나노와이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강세원 UNIST 박사과정 연구원은 "유기태양전지나 OLED 같은 광전자소자는 표면이 매끄럽고 투명할수록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은나노와이어는 투명전극 제조 과정에서 여러 개의 은 나노와이어가 그물망처럼 무질서하게 결합되므로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투명도를 향상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소자의 적용에 한계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은 나노와이어 투명전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인쇄공정에 나노기술을 접목했다.
실리콘 고무 위에 수백 나노미터(㎚)의 나노패턴을 만들고 이를 인쇄 장치에 부착해 은 나노와이어를 정렬시키면 실리콘 고무 패턴 안을 통과한 은 나노와이어는 용액이 증발하면서 발생하는 모세관 힘에 의해 정렬한다.
이렇게 기판 위에 정렬된 은 나노와이어는 서로 불필요하게 엮이지 않으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투명전극 표면이 매끄러워지고 투명도도 높아지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고현협 교수는 "정렬된 은 나노와이어 네트워크를 이용한 투명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연결 구조를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성능 좋은 투명전극을 만들기 유리하다"며 "이 전극은 기존에 비해 균일하고 매끄러운 표면을 가지기 때문에 고효율 유기태양전지나 및 OLED 소자 제작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제작된 전극을 플렉서블 유기태양전지에도 적용해봤다.
또 다른 제1저자인 김태효 UNIST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태양전지의 효율은 기존에 보고된 은 나노와이어를 이용해 제작한 태양전지 중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진영 교수는 "정렬된 은 나노와이어를 이용한 고성능 투명전극은 유기태양전지나 OLED 디스플레이와 같은 플렉서블 광전자소자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기술"이라며 "대면적 인쇄 기반으로 나노와이어를 정렬하는 기술은 다양한 나노와이어에 적용이 가능해 스마트 센서나 웨어러블 기기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나노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최신호 온라인 속보로 발표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나노 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kky060@fnnews.com 김기열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